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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구하다 교통사고 당한 경찰관 13년째 식물인간

2004년 3월 24일 오후 9시 15분 충북 진천경찰서 북부지구대에 이월면 한 도로에서 취객이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구대에 근무하던 최종우(63·당시 51세) 경사는 직감적으로 교통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후배 경찰관과 함께 급히 출동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최 경사는 취객을 인도로 끌어올렸지만, 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취객은 "집으로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다시 도로로 뛰어들었습니다.

취객을 쫓아 도로에 들어가는 순간 승용차가 달려왔고, 취객은 도로 밖으로 밀어냈지만, 정작 최경사 자신은 승용차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최 경사의 몸은 허공으로 날았다가 머리와 얼굴이 함몰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6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지만, 식물인간이 된 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도 8차례의 수술을 더 받았지만, 몸 상태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고, 13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당시 구속됐었던 사고 가해자나 목숨을 구한 취객은 한 번도 그의 병실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가 난 뒤 관심을 보였던 주변 사람들도 그를 잊기 시작했지만, 아내 백모씨만 한결같이 병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퇴직한 경찰관 모임인 진천경찰서 경우회가 매년 경우인의 날(11월 20일)을 전후해 성금을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1일에는 그의 병실에 진천 경우회 윤춘복 회장이 진천군 범죄피해자 지원협의회의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병실을 찾았습니다.

윤 회장은 "1년에 한 두 번 병원을 찾아오지만, 항상 눈만 감았다가 떴다를 반복할 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윤 회장은 "수사과에 근무할 때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후배로 기억하고 있다"며 "13년째 식물인간으로 생활하는 남편의 옆을 지키는 부인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병원비 일부는 국가보훈처에서 지원되지만, 각종 검사비, 간병인 인건비 등은 부인이 직장 생활을 통해 번 돈으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백씨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불쌍해 요양원 등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병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봄에는 감기와 합병증이 발생해 장이 터지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울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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