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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막이 댐' 만든다더니…허무하게 날린 세금 28억

<앵커>

훼손 위기에 처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겠다며 정부가 계획했던 임시 물막이 댐의 가상 모습입니다. 투명 플라스틱판으로 댐을 쌓아 벽화에 강물이 닿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모형실험을 했더니 그때마다 물이 새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28억 원의 귀한 세금만 날렸는데, 왜 정부의 물막이 댐 계획이 이렇게 졸속으로 끝난 것일까요?

뉴스인 뉴스에서 장세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7천 년 전 신석기인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반구대 암각화.

50년 전 하천 하류에 댐이 생긴 뒤 수위가 높아져, 물에 잠겼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하류의 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지키자는 문화재청과 생태 제방을 만들어서 물길을 돌리자는 울산시의 주장이 맞섰는데 10년 넘게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총리실 등 정부와 여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고 2013년 한 건축가가 제안한 물막이 댐 안을 채택해 실효성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물막이 댐 최초 제안자 (2013년 5월) : (물막이 댐은) 쉽게 얘기하면은 배 만드는 기술보다도 더 쉬운 기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배 만들기보다 쉽다던 물막이 댐은 3차례 실험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수리 토목 전문가들의 반대가 계속됐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홍제 교수/물막이 댐 기술검증평가단 위원 : 누수에 의해서 댐 안쪽으로 물이 차니까 막는 이유가 없죠. 기본적인 상식이 안 된다는 거죠.]

담당 기관인 문화재청은 윗선 눈치 보기에 급급했습니다.

[문화재청 반구대 암각화 TF 자문위원 : 자문 전문가라고 얘기해 봤자 먹혀들어가지 않는데, 저는 그때 어떤 걸 느꼈냐 하면 무력감을 느꼈어요.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그냥 힘이 없는 사람들이고요. 영혼이 없는 사람들이고요.]

3년간 28억 원을 날린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반구대 보존 사업은, 다음 협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철·김학모, 영상편집 : 장현기,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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