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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습기 살균제, PHMG만 문제가 아닙니다

SDT도 문제…피해 신고 3명

[취재파일] 가습기 살균제, PHMG만 문제가 아닙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에 발간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백서 111쪽에는 조사 대상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종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세퓨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GH, 옥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 애경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 & MIT외에 하나 더 있습니다. SDT라는 화학물질입니다. 이 SDT라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은 3명이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가 질병관리본부에 SDT를 함유한 것으로 조사된 가습기 살균제의 종류와 독성실험 자료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제품이 ‘엔위드’라는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SDT는 독성실험자료도 공개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자 신고자들이 있는 시중에 유통 중인 가습기 살균제를 수거해 독성실험을 했습니다. 당시 실시했던 독성실험 자료입니다.
이 실험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질본의 용역을 받아 수행됐습니다. 독성실험은 세포 독성실험입니다. 세포독성실험은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한 사람의 폐세포에 SDT을 노출시킨 후 나타나는 세포의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이 자료에 표기된 Lc50은 배양한 사람의 폐세포 50%를 사멸시킨 SDT의 농도입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옥시의 PHMG보다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당시 실험에서는 나타났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모임은 가습기 살균제 1차 2차 피해 조사에서 이 제품을 사용해서 1명 사망하고 16명의 피해자가 나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SDT를 2015년 1월 1일 자로 유독물질로 지정했습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할 경우 결정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흡입 독성과 관련해서는 급성 독성이 있는 물질로 지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물질안전보건자료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어난 이후 흡입 했을 때는 긴급 의료조치를 받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SDT는 주로 농업용 살충제 성분으로 많이 사용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조치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이미 사용됐고,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후에나 이뤄졌습니다.
SD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는 국내 한 기업이 개발해 판매했습니다. 이 기업은 아일랜드에 있는 ‘medentech.Ltd’라는 회사에 주문 제작한 후 역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했습니다. 제품을 개발한 국내 업체는 아일랜드에 있는 회사가 먹는물 살균제를 만드는 회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제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체는 해당 제품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50알 짜리 한 상자 기준으로 13만 상자 정도 수입돼 유통했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1만여 상자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수거해 폐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농업용 살충제에 사용되는 독성물질(SDT)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가 2005년부터 6년간 판매됐으며, 이 제품을 사용하고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빠져 있습니다. 바로 SDT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했을 경우 정말 인체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위해성’ 여부입니다. 국내에 독성물질로 지정된 화학물질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모두 독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잘 사용하면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이기도 합니다.

SDT는 분명히 유독물질입니다. 정부가 이를 실험을 통해 확인했고 제조사도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 SD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아직 자료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독성실험을 한 질본은 해당 실험은 폐세포에 대한 영향만을 평가한 것이며, 생체 내의 면역체계 등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사람이 실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는 상황과는 차이가 있으며, 실험동물을 통한 생체 내 실험을 수행하기 전 예비적인 정보확인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SDT 자체가 독성이 있다는 것만 질본의 독성시험을 통해 확인됐을 뿐, 실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사용했을 경우 어느 정도 위해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된 게 없는 셈입니다.

제품을 개발한 업체는 위해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일본 현지 약국에서 유사한 제품을 보고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고, SDT와 같은 염소계열 살균제 성분으로 만들어서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을 모방해서 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제품에 사용한 SDT와 같은 염소계열 살균제 성분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물을 소독하는 소독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먹는 물을 소독하는 살균제로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먹는 물 소독제를 만드는 아일랜드에 있는 업체에게 제조를 의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기준으로 일본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SDT와 같은 염소계열의 살균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25종 이상 판매되고 있고, 자사 제품은 이 제품들의 사용 기준보다 농도가 훨씬 낮다고 항변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제품을 개발하고 수입하고 판매하는 데 있어서 위해성을 알고도 숨기거나 은폐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제품을 만든 2005년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에 인허가 법규나 기준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업체는 제품의 용도와 조성성분이 명시된 성분 내역서를 화학물질 관리협회에 제출해 유독물질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증명서까지 발급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업체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주장입니다.

때문에 위해성 조사가 필요합니다. 2011년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 폐손상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세포 독성실험과 동물흡입독성실험을 추진했습니다. 해당 화학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했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알아본 실험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PHMG, PGH만 인과관계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당시 발표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성분인 CMIT와 MIT에 대해서는 뒤늦게나마 건강피해와 인과관계 없이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폐질환 이외의 질환에 대한 조사 범위에 포함해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당시 위해성 평가의 가장 중요한 실험인 동물흡입독성에선 실험 처리 용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SDT는 아예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후속 대책이 없습니다.

일단 위해성 실험부터 해서 피해자들에게 답을 줘야 합니다. 소수지만 피해자들이 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체가 있기때문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있다는 주장에 답을 줘야 할 겁니다. SDT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는 단지 피해자 수가 적다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있다면, 정부는 그 한 명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 피해자는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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