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플러스] 폭스바겐의 동문서답…한국 소비자 또 우롱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연비 조작 의혹까지 받으며 국내 시장 퇴출 위기에 몰린 폭스바겐이 지난주 금요일 소비자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문자에는 차량 소유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을 정리한 Q&A 페이지도 링크로 달았는데요, 지난해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짧은 리콜 계획 안내서만 보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지만, 상세한 설명을 기대하며 링크를 열어본 소비자들은 또 한 번 우롱당한 기분만 느꼈습니다. 박원경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해당 Q&A는 총 8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환경부의 인증 취소가 확정되면 기존 차주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대상 차종은 어떤 것들인지 등이 담겨 있었는데요, 국내 차주들이 가장 관심이 많을 질문은 역시 중고차 시세 하락에 대한 책임과 환불 가능 여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폭스바겐코리아의 답변은 일단 한 글자도 차이 없이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3문장과 4문장 중 2문장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1년 정도 만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내놓은 답변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 소위 '복붙'을 한 겁니다. 더 화가 나는 건 내용입니다.

검찰이 서류 조작이라고 지칭하는 부분에 대해 제출한 인증서류에 문제가 있었다는 표현으로 은근슬쩍 넘어감으로써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차주들과의 민사 소송에서 보상금을 최소화하려는 장치를 심었고, 질문의 핵심과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의 기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사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가 무엇을 묻든 자신이 준비해온 얘기만 반복해서 줄줄 읽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식의 의례적인 문구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뭐하러 이렇게 부실한 문자를 일일이 돌렸을까요?

날짜에서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 환경부의 청문회가 있었는데 문자는 그 바로 전주의 마지막 근무일인 금요일에 발송됐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에서 최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자신들이 얼마나 이번 사태를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소비자 설명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급히 서두른 요식 행위였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바로 전날인 목요일에는 딜러들에게 행정 처분이 예고된 70여 개 모델에 대해 월요일부터 자진 판매 중지에 들어간다고 통보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청문회 이후 어차피 예정된 수순인 판매 중단 조치를 며칠 앞당겨서 마치 스스로 자진해서 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선처를 구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징금 규모를 줄이면 판매 중단을 며칠 더 일찍 함으로써 생기는 손실보다 훨씬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게다가 판매 중단 시작일을 청문회와 같은 날로 잡았으니 홍보 효과를 키우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자를 받은 소비자들은 지금껏 모르쇠로 일관하던 폭스바겐이 갑자기 왜 이렇게 친절해졌나 생소해했을 텐데요, 결국 Q&A는 보는 사람을 울화통 터지게 하는 동문서답으로 가득했고, 소비자들은 철저한 자사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용된 셈이었습니다. 

▶ [취재파일] 폭스바겐의 동문서답, 한국 소비자 또다시 우롱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