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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직장 어린이집'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취재파일] '직장 어린이집'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경기도의 ‘안산사이언스밸리 공동 직장어린이집(ASV)'에는 이른 아침 독특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함께 등원하는데 유독 아빠들이 많습니다. 어린이집이 아빠 직장으로부터 불과 5분 이내에 있기 때문에 아빠가 출근하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퇴근할 때도 아빠와 함께 집에 가는 겁니다.










직장 어린이집은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직장 바로 옆에 있다보니 아이와 출퇴근을 함께 할 수 있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아이를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도 늦게까지 맡겨도 어린이집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강기찬씨는 “저녁 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 어린이집이 오후 8시30분까지 봐주기 때문에 자녀 걱정을 덜 수 있어 좋다.  아이도 아빠와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심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아빠 참여 수업이 많다보니 유대관계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부지확보와 건물신축이 가장 큰 난관이고, 설사 토지를 마련해 건물을 지었다해도 매달 보육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세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직원 복지혜택으로 하고 싶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내 중소기업 537만여 곳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대략 1,300만 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상시 고용인력이 300인 미만 사업자입니다. 전체 근로자의 90% 가량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은 93개 소에 불과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 돼 절반 이상이 설치했지만 중소기업은 의무설치가 아니기 때문에 0.0017%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들도 직장 어린이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산업단지 안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만드는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말한 안산의 공동 직장 어린이집도 테크노파크 내 2백여 개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20여개 회사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토지확보와 건물신축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힘을 합쳤습니다. 안산시는 토지문제를 해결해주고, 고용노동부가 건축비 20억 원 가운데 15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테크노파크와 안산시도 각각 2억 원, 3억 원을 부담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표준보육비와 별도로 이 직장 어린이집에는 보육교사 인건비와 운영비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추가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주 40시간 이상인 경우 보육교사 1인당 월 120만 원가량 지원되고 어린이집 운영비도 80명 기준 440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안산 사이언스밸리: 2백여 개 중소기업,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다
이렇게 충분한 지원이 되다보니 보육의 질이 우수하고 자연스럽게 보육교사는 물론 학부모 만족도도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들도 어느 정도의 분담금을 내야하지만, 현재는 어려운 사정 등을 감안해 별도의 분담금은 없고 어린이집 정원의 40% 이내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자녀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의 혜택은 비단 직원들한테만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인재확보와 인재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워킹맘은 출산휴가도 눈치보고 쓰는 상황에서 직장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터로 조기 복귀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합니다. 여성의 경력단절에도 기여하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우수한 직장어린이집이 많아질수록 출산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김영옥 박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가 심한데, 복지혜택도 예외는 아니다.  보육서비스 부문에서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우수한 인력을 유지하고 근로자들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형평성 문제와 민간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 안에 있는 중소기업에게만 그런 지원을 하는 게 맞냐?’, ‘민간 어린이집들도 남아도는데 굳이 또 직장 어린이집을 지어 지원하는 게 맞냐?’ 등등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점들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중소기업의 인력난, 근로자들의 사기 저하와 경력 단절 문제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안산의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 사례는 오는 25일 SBS 뉴스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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