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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1백억 연봉에도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밀레니엄 세대의 경제학

[월드리포트] 1백억 연봉에도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밀레니엄 세대의 경제학
위 사진에 나오는 제프 티그는 미국 프로농구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가드입니다. 지난해 미국 NBA 올스타에도 포함된 소위 ‘잘 나가는’ 그가 지금 부모님 집 지하 방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습니다. 집을 살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직업이 없어 독립하기 어려워서도 아닙니다. 이제 28살 나이지만 연봉이 88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0억 원에 달합니다.

티그의 부모님이 사는 집은 사실 티그의 집입니다.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애틀란타로 이적하기 전에 집을 사서 부모님께 드린 겁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티그가 분명 따로 자기 혼자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살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부모님의 잔소리를 마다 않고 지하실 방으로 옮겨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유는 다르지만 이미 독립해야 할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은 어찌 보면 현재 미국 청년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인 경향과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에 사는 청년 세대 상당수가 현재 부모님 집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조사 결과를 볼까요? 18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 가운데 35%가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은 29%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인구 센서스 조사가 시작된 지난 13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우선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집을 사는 시기나 아이를 갖는 시기도 덩달아 늦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돈’ 때문입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버는 시기가 늦춰지고 그에 따라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도 늦어지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앞선 티그의 사례는 이런 일반적인 경향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1960년에는 미국 성인의 62%가 배우자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성인의 32%만이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결혼이 늦어진 탓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향성이 앞으로도 계속될까요? 미국 전문가들의 예측은 한마디로 ‘아닙니다’입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주택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는 집을 렌트하기 보다는 구매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현재 세대주가 된 밀레니엄 세대의 인구는 1천6백만 명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는 2025년에 4천만 명으로 치솟게 됩니다. 이들의 꿈은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집을 소유’하는 겁니다. 주택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30세 이하 청년 세대의 89%는 집을 사고 싶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단순화시켜보겠습니다. 이른바 밀레니엄 세대가 결혼해서 가장이 되는 숫자가 수천 만 명에 달하고, 그들의 꿈이 집을 사는 것인데도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얹혀 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 빚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 ▶ 빚더미로 시작하는 美 대학졸업생…경제 악순환)

“문제는 얼마나 많은 세대주가 앞으로 집을 사고 싶어하느냐가 아니라 그럴 능력이 되느냐입니다.” 하버드대 주택 연구소 크리스 허버트 소장의 설명입니다. 물론 다른 입장, 그러니까 보다 더 낙관적인 견해도 있습니다. 경제 분석가 야데니는 밀레니엄 세대라고 해서 다른 세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1940년대 젊은 세대의 35%가량이 부모님 집에 얹혀 살았지만, 대공황이 지난 뒤에는 곧바로 자기 집을 사서 독립해 나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모두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살 능력이 있는가만 고려할 뿐입니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을 다달이 갚아야 하고, 그만큼 집을 살 목돈을 모으는 속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또 설사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 보다는 보다 빨리 종자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부모와 함께 거주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겁니다.  
이런 미국의 경향성이 우리나라 청년들의 경향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취업난, 취업이 늦어지는 만큼 늦어지는 결혼, 그리고 설사 결혼을 해서 부부가 함께 벌더라도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 그 때문에라도 더 늦추게 되는 결혼, 이런 악순환이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젊은 세대들이 살고 있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사진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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