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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수년간 쓴 이름, 팬·선수 당황케한 이름 표기

지난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홈런 더비 우승을 차지한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입니다. 푸에르토리코 혈통으로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이 선수의 이름을 지안카를로라고 읽고 쓰는데요, 갑자기 공식 한국어 표기가 이렇게 "장칼로"라고 바뀌었습니다.

국립국어원이 현지 발음과 최대한 비슷하게 표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뒤늦게 팔을 걷어붙인 결과인데요, 수년간 아무 탈 없이 그를 지안카를로로 호명하던 언론매체들과 팬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성훈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지안카를로와 장칼로, 둘 중에 어떤 게 더 원어와 음운학적으로 더 가까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매체들은 기사를 쓸 때 아직 차마 바뀐 대로 '장칼로'라고 적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기사를 읽을 야구 팬들이 얼마나 뜬금없다고 느낄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장칼로에서 지안카를로가 곧장 떠오르지 않아 아예 누군지 모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도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으로 존중한다는 예외 조항이 적시돼 있습니다.

한마디로 국립국어원의 눈에는 지안카를로가 굳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굳이, 미디어와 팬들이 4년이란 시간 동안 눈과 입으로 익혀온 익숙한 이름을 놔두고 같은 사람에게 낯선 이름을 들이밀며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해외 스포츠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동안 여러 차례 강제로 개명되곤 합니다.

특히, 큰 국제대회를 앞뒀을 때 집단 개명이 이루어집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반'씨 축구 선수들은 모두 졸지에 '판'씨가 됐고, 2013년 WBC때는 네덜란드 출신 명 외야수 앤드루 존스가 안드뤼로 개명된 바 있습니다.

또, 이때 보스턴 레드삭스의 강타자 '데이빗 오티즈'가 '다비드 오르티스'로 개명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다시 '데이비드 오티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네덜란드의 3루수로 뛴 산더르 보하르츠는 이번에 생에 처음으로 잰더 보가츠라는 이름으로 생애 첫 MLB 올스타전에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요즘은 슬럼프에 빠져있지만 한 때 촉망받는 여자 테니스 유망주였던 유지니 부샤르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몬트리올 태생이라 해외 방송에서는 당연히 불어식으로 '부샤르'라고 발음하는데요, 2년 전 국립국어원은 이 선수의 한글 표기를 '부샤드'라고 선언했습니다.

따라서 이 기자가 캐나다 문화원의 자문을 받아 국립국어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는 지적에 동감한다며 다음 심의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는데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선수의 공식 표기는 '부샤드'로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 유지니아 부샤르입니다!]

[유지니아 부샤르!]

[캐나다의 역사를 쓰고 있는 유지니아 부샤르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캐나다 선수, 유지니아 부샤르의 해였죠.]

[유지니아 부샤르!]

이런 어이없는 무더기 개명 사태는 스포츠팬이라는 언중을 무시한 엘리트주의의 전형적 사례라고 이 기자는 꼬집었습니다.

이제 리우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또 한 번 개명 태풍이 몰아칠지, 혹시 우사인 볼트의 이름이 영어식으로 유세인으로 둔갑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들 법도 합니다. 

▶ [취재파일] '장칼로 스탠턴' 그리고 '개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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