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수확 앞둔 포도 2t '싹쓸이'…귀농인 열정 훔친 '참 나쁜 도둑'

수확 앞둔 포도 2t '싹쓸이'…귀농인 열정 훔친 '참 나쁜 도둑'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충북 옥천군 군서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송모(58)씨는 지난 겨울부터 애지중지 가꾼 포도를 하루밤 새 감쪽같이 도둑 맞고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5년 전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한 송씨는 부인과 둘이서 6천㎡의 비닐하우스 포도밭을 일구면서 2모작 인생을 설계했습니다.

그가 재배하는 포도는 수입종인 '베니바라도'와 '흑바라도'로, 거봉보다는 작지만 캠벨얼리 보다 알이 굵고 씨가 없어 비싼 값에 팔리는 고급 품종입니다.

지난해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본 그는 나무가 자란 만큼 올해는 수확량이 2배가량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결실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던 그는 지난 16일, 나뭇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 할 포도송이가 하루밤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포도밭은 외딴 농경지가 아닌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마을 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도둑이 든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조차 못했던 일입니다.

그가 지난 15일 오후 늦게까지 포도밭에서 일했던 점을 감안할 때 도둑은 그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순식간에 비닐하우스 3채(2천400㎡)에서 2t이 넘는 포도를 싹쓸이할 정도로 대담했습니다.

그의 포도가 1㎏에 7천원씩 출하된 것에 비추면 피해액은 1천400만원에 이릅니다.

송씨는 "도둑맞은 포도는 단순한 농작물을 넘어서 나와 아내의 땀이 베고, 귀농의 꿈이 담긴 성과물"이라며 "지난 1월 보온을 시작한 뒤 6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식처럼 돌봤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허망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도둑맞은 포도 중에는 이번 주 개최되는 옥천포도축제에 출품하기 위해 특별 관리하던 것도 있다"며 "텅 빈 밭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맥이 풀리고, 속이 상한다"고 낙담했습니다.

그는 흔치 않은 포도 품종을 도입해, 화약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옥천군이 뽑은 '포도왕'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습니다.

그의 포도는 이달 22∼24일로 열리는 옥천포도축제에 전시용으로 출품될 예정이었습니다.

CCTV 등을 분석해 포도 절도범을 쫓고 있는 경찰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포도를 싹쓸이한 점을 볼 때 농작물 전문 털이범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동종 전과자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며 "범행시간을 전후해 부근을 지난 화물차량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