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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봉평터널' 사고 영상 공개 운전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6.07.19 09:49 조회 재생수355,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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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봉평터널 사고 영상 공개 운전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봉평터널 연쇄 추돌 사고에 대해 네티즌의 관심이 여전히 높습니다. 무엇보다 4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한 대형 참사이기 때문이죠. 특히 사고 이후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 많은 담론을 낳고 있습니다.

그 담론 중에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 블랙박스 영상을 올린, ‘천운의 운전자(이하 운전자)’를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비상등을 안 켜고 자신만 차선을 변경했다’,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으로 관광버스의 시야 확보가 안 됐다’는 등의 이야기들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상자들의 참극을 깊이 애도하지만, 일부 네티즌이 손가락질 할 일을 해당 운전자는 하지 않았다는 게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말입니다. 한 변호사가 18일 공개한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원인과 처벌, 보상>이라는 글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먼저 운전자가 1차로를 달리다가 2차로로 변경한 부분입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운전자는 실선이 아닌 점선 구간, 즉 차선을 바꿀 수 있는 지점에서 정상적으로 옮겨갔습니다. 1차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원활한 2차로로 변경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죠? 한 변호사는 특히 “고속도로에서 1차로는 추월 구간이라 2차로로 가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합니다.다음으로 비상등을 왜 안 켰느냐는 데 대한 한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비상등은 차량 주행 시 속도를 갑자기 줄일 때(또는 줄여야 할 때) 뒤차에 ‘조심하라’는 의미로 켜는 겁니다. 운전자가 1차로에서 급정거를 한 게 아니라 감속하며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는 상황에서는 굳이 비상등을 켤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죠. 한 변호사는 운전자가 앞차(1차 피해 차량)와 80m 정도 거리를 두고 차로를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걸 두고 ‘자신만 싹 피했다’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합니다.

운전자의 차로 변경으로 관광버스의 시야가 확보 안 됐다는 비난 역시 황당한 지적입니다. 관광버스 운전석 높이가 일반 차량의 그것보다 2배 정도 높다는 점만 알면 이런 비난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이 관광버스 기사를 상대로 ‘졸음 운전’, ‘휴대전화 조작’ 등 전방 주시 태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 변호사는 “버스 기사가 브레이크만 제대로 잡았더라도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한 변호사는 따라서 “버스 기사에게 100% 책임이 있는 사고”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또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도 관광버스 측 보험사가 모두 해줘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12년도에 출장 차 스페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생경한 장면이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탄 승용차의 운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들도 ‘거의 모두’ 1차로를 비워놓고 달립니다. 그러다가 2, 3차로를 가는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면 그때서야 1차로로 갔다가 다시 2, 3차로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때 시속 80km 속도로 하염없이 1차로를 달리던 '우리 고속도로 차량들'이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한 변호사도 말미에 이런 소회를 밝히더군요. 1차로는 추월차로이기에 이곳을 비워두고 나머지 차로로 앞뒤 간격 유지하며 달렸더라면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라고 말입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다치신 분들도 얼른 회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극적으로 사고를 피하신 운전자에게는 정말 다행이라는 말씀 드립니다. “당신은 아무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