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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전쟁국가는 나의 꿈!" 칼 빼든 아베의 다음 수순은?

[리포트+] "전쟁국가는 나의 꿈!" 칼 빼든 아베의 다음 수순은?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압승했습니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등이 121석의 과반이 넘는 77석을 얻는 대승을 거둔 것이죠.

일본 언론은 자민당과 공명당 등의 ‘개헌 세력’이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정족수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이번 참의원 선거를 역사적인 선거라며 대서특필했습니다. 패전 71년만에 일본이 다시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겁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며, 아베 총리의 숙원 사업인 ‘헌법 개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개헌은 가능한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 아베 총리가 만족한 참의원 선거는…?

일본은 양원제를 채택한 국가입니다.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죠. 입법사항을 먼저 심의하는 곳이 하원이며, 이곳을 일본에서는 ‘중의원’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심의하는 곳은 상원으로 일본에서는 이를 ‘참의원’이라고 부릅니다. 중의원 임기가 4년인 반면 참의원의 임기는 6년인데, 3년마다 절반인 121석을 다시 선출합니다.

지난 7월 10일 치러진 선거가 바로 절반을 다시 선출하는 ‘참의원 중간선거’ 입니다. 총 475석인 중의원은 ‘개헌을 주장해온 4개 당’이 이미 340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의원의 72%에 달하는 의원이 개헌 찬성 세력인 것이죠. 이 때문에 참의원 선거의 여권 승리가 개헌에 ‘날개를 다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에 찬성하는 4당인 자민당, 공명당, 오사카유신회, 일본의마음을소중히하는당이 최종적으로 전체 242석 중 161석을 얻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162석이 필요합니다. 1석이 부족하지만 개헌에 찬성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더하면 개헌안 발의 정족수를 넘기 때문에 일본 언론은 개헌안 발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표 결과를 개헌 세력의 승리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지만, 아베 총리의 개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개헌에 찬성하는 4당 사이의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명당은 개헌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평화헌법 9조를 바꾸는 것에는 소극적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민당이 개헌안 발의 정족수를 단독으로 차지하지 않은 만큼 현 상황을 개헌 정국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 평화헌법 9조, 그 내용이 뭐길래…?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개헌의 핵심 과제로 보는 평화헌법의 내용입니다. 평화헌법의 근간 조항인 헌법 9조에 따르면, 일본은 UN이 인정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권리는 갖지만 행사하지는 못합니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공동방어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1946년 공포된 이래로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2012년 집권 이래로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 승전국인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에게 평화헌법을 강요했다고 강조합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에>에서 현행 일본 헌법에 대해 "연합군의 최초의 의도는 일본이 두번 다시 열강으로 대두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는 것 이었다."며 개헌을 "독립 회복의 상징이며 구체적인 수단"이라고 적었습니다. 2012년 4월 자민당은 구체적인 헌법 개정안 초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평화와 독립, 국가 및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내각 총리 대신을 최고 지휘관으로 국방군을 보유한다’

헌법 개정안 초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본이 현행 ‘자위대’ 대신 정식 군인인 ‘국방군’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또 국방군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조해 이뤄지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은 현행 평화헌법 9조의 취지에 어긋나는 내용입니다.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 초안대로 개헌이 이뤄지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명분으로 전세계의 무력분쟁에 관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첫 시험대는 남중국해나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 개헌의 절차는 어떻게 될까?

일본의 헌법 개정 절차는 크게 세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중의원 100명 이상, 참의원 50명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 원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합니다. 이 원안이 헌법심사회를 거쳐, 양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개헌안이 발의됩니다. 마지막으로, 개정안 발의 후 60~18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효 투표 중 과반이 찬성하면 개헌안이 공포됩니다.

현재 중의원 3분의 2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찬성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획득했죠.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참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개헌 절차 두 단계를 이미 통과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국민투표만 남았다고 보는 것이죠.
● 과연 아베 총리의 개헌은 가능할까?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개헌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개헌안 발의 정족수를 확보했지만 개헌 추진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헌에 대한 일본 국민여론이 부정적인 편인데, 개헌의 마지막 절차인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 ‘필요하다’와 ‘필요없다’가 42%로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평화헌법 9조 개정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인 27%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참의원 선거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출구조사에서도 개헌 반대 응답이 50.5%로 찬성인 39.8%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 9조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미룰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가능한 조항을 먼저 개정하고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는 ‘2단계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남은 임기 내에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찬성여론을 확대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정적인 국민여론에 아베 총리는 ‘경제 살리기’를 앞세우며 개헌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을 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가을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의 여론이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지만, 아베 총리가 개헌의 법적 절차를 마련한 만큼 우리나라도 긴장을 끈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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