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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사드 레이더 배치 과정을 살펴보니…

[월드리포트] 일본 사드 레이더 배치 과정을 살펴보니…
정부가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드의 핵심 장비인 AN/TPY-2 레이더의 운용을 놓고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배치되는 AN/TPY-2 레이더는 종말모드(낙하 미사일 격추용)로 탐지거리는 150-200KM 정도입니다. SBS의 국방부 출입기자인 김태훈 기자는 "사드의 전방모드와 종말모드를 혼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 [취재파일] '종말 모드' vs '전진배치 모드'…사드 레이더의 심각한 오해]

위 지도에서 보듯이 일본에는 사드 레이더 기지를 두 곳 운용하고 있습니다. 전방모드라서 탐지거리가 1100km 이상입니다. 한국과 북한 전역을 커버합니다. 위쪽 아오모리현 쓰가루시 샤리키 기지(2006년 배치지)는 하와이 방향 미사일, 아래 교토 교탄고시 교가미사키 기지(2014년 운영)는 괌 방향 미사일을 탐지합니다. 

일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사드 레이더를 배치했을까요? 일본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되는 사례입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가 짚어야 할 이슈를 찾아봤습니다. 이하 연표와 함께 설명합니다.

<아오모리 샤리키 기지 연표>
2002/12 미국, 미사일 방어시스템(BMD) 추진 발표
2003/12 일본, 각료회의에서 미국 MD 참여 결정

** 일본의 사드 레이더 배치는 미국의 MD체계 아래에서 이뤄지는 겁니다. 미국의 MD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우리 정부가 한국형 MD인 L-SAM 대신 사드를 선택한 것은 문제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태훈 기자의 또 다른 취재파일을 소개합니다. [ ▶ [취재파일] '사드' 구매 반대론의 몇 가지 근거]

2005/9 일본 언론,  "사드 레이더 배치 '샤리키' 유력" 보도
2005/12 방위청 부장관, 직접 현지 방문 지사 및 시장 등에 설명. 미군 현지 조사
2006/2/8 아오모리현, '사드 레이더 전문가 검토회' 설치
2006/3/2 아오모리현 전문가 검토회, 최종보고서 제출
2006/3/3 정부가 정식으로 '샤리키 확정' 발표 및 협조 요청

**첫 언론보도 이후 일본 정부가 레이더 배치 지역을 최종 확정하는데, 1년 이상 걸렸습니다. 아오모리현 차원에서 전문가 검토회를 운영한 점이 눈에 띕니다. 5차례의 주민 설명회, 3차례의 시의회 설명회가 진행됐습니다. 

2006/3/30 아오모리 현지사와 쓰가루 시장, 레이더 배치 승인 발표
2006/6 레이더 배치 운영 개시

**지역 결정에는 1년 정도 걸렸는데, 지역 발표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배치가 모두 끝납니다. 설명회들이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당시에도 전자파와 소음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미일 양국 정부는 아래 사진들로 주민들을 설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자료를 배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 방향
전자파의 1차 위험 지역은 125m로 돼 있습니다. 175m는 시야 확보 범위입니다. 그 후는 레이더 빔이 하늘로 뻗기 때문인 듯합니다.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보입니다. 또, 아래 그림을 보면…
사드 레이더 전자파 영향범위
레이더 빔이 지상에서 5도 각도(그림 오른쪽 참고)로 뻗어 올라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드를 배치하는 경북 성주 방공포대는 해발 400미터에 위치해 전자파 측면에선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미군과 우리 국방부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만으론 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사드 레이더를 배치한 뒤 2008년 4월부터 매년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해주고 있습니다. 공식 사업목적이 "X밴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대한 시민들의 건강 피해 우려를 해소하고,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고 돼 있습니다.

소음은 여전히 문제입니다. 쓰가루시가 측정한 소음은 레이더 발전기 바로 옆에서 80-90dB 수준입니다. 옆에서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소리 정도입니다. 꽤 큰 것이죠. 주민 거주지역은 기지에서 4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교토 교가미사키 기지 연표>
2012/9 미일 국방장관, 2번째 AN/TPY-2 레이더 기지 설치 합의
2013/2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 합의 및 배치지역 '교가미사키' 발표
2013/3 방위성와 교토부 차원의 수 차례 주민설명회 개최 시작
2013/4 교탄고시의회, 사키리 기지 시찰
2013/9 교토 도지사와 교탄고시장 배치 승인 발표

**샤리키 기지와 달리 쿄가미사키 기지는 배치 지역 발표부터 지자체 승인까지 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하지만, 지자체 승인 이후에는 역시 일이 신속히 진행됩니다.

2013/12 일본, 미국에 토지 제공 합의 
2014/2 방위성 환경영향평가 실시 
2014/5 방위성, 기지 외곽 소음 측정(50dB 안팎/서점 및 박물관 내 소음)
2014/7 방위성, 기지 주변 전자파 측정
2014/12/26 주일미군, 레이더 운영 개시

** 지자체 승인 이후 1년 3개월만에, 그리고 정부의 배치 지역 발표 이후 1년 10개월만에 배치가 완료됐습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방위성의 환영영향평가가 엉망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교카미사키 레이더 운영 이미지
일단 전자파에 대해 방위성은 위 그림으로 설득했습니다. "레이더가 바다 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겁니다.

일본 언론들을 살펴보면, 사실 전자파보다는 소음 관련 뉴스가 더 많습니다. 특히 지역 신문인 교토신문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샤키리 기지에서도 보듯이 발전기 소음이 상당합니다. 

교토신문이 지난해 2월 교가미사키 기지 주변 '저주파' 소음을 측정했는데, 기지 외부에서도 70dB 정도가 측정됐습니다. 과거 환경영향평가 당시 50dB 안팎보다 훨씬 시끄럽습니다. 이후 주일미군 측은 발전기 주변에 방음벽을 추가 설치하는 등 2017년까지 소음 대책을 완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본은 모범 사례가 아닙니다. 미국 MD 참여를 선언한 뒤 레이더 배치를 신속하게 완료했습니다. 배치 지역을 발표한 이후 불과 1-2년 내에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18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임기완료 전까지 배치를 완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도 일본처럼 무료 건강검진 등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피해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내륙에 설치하는 만큼 일본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정부의 추진 과정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합니다.

이 글에는 사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담지 않았습니다. 좀 더 공부해 밖에서 보는 사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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