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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 부지' 혼란 자초 국방부…"군 충정 이해해달라"

'이랬다가 저랬다가' 촌극 빚은 브리핑 취소 소동

[취재파일] '사드 부지' 혼란 자초 국방부…"군 충정 이해해달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지역이 성주로 확정 발표됐습니다. '사실상 성주 확정' 소식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만에 국방부가 공식 인정한 것입니다. "수주 내(a couple of weeks)"라던 당초 발표 계획을 부리나케 앞당겨야 했기 때문일까요. 어제 하루 국방부의 '아마추어'식 대처가 촌극을 빚었습니다. 시간대별 상황을 살펴봅니다.

<오전 10시>
국방부가 '돌연'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습니다. 발표 시간은 3시경이라고 밝히면서, 이 발표 일정은 사전에 기사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전만해도 배치 지역과 관련될 수 있다며 수도권 방어 여부에 관한 답도 극도로 피하던 국방부였습니다. 방송사들은 중계차량을 부랴부랴 배치하기 시작합니다.

<오전 11시>
국방부는 황인무 국방차관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합참 등 당국자가 해당 지자체(성주)를 찾을 것이라고 공지했습니다. '사전 설명회'를 실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발표 예정이 오후 3시, 굳이 시간으로만 따져서 3시 이전에 하면(몇 시간 차이더라도) '사전' 설명회가 맞기는 합니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한 지난 8일  부지를 발표하기 '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오후 1시>
국방차관과 정부 당국자의 성주 방문 일정이 취소됩니다. 불과 2시간만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취소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성주군수를 비롯한 지역민 200~300명 가량이 궐기 대회 이후 상경하기로 결정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가 설득을 구하려는 해당 지자체의 사전 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냐는 비판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후 2시 45분쯤>
사드 배치 지역 발표가 시작되기 15분 전쯤, 이 때면 방송 준비가 거의 완료된 시점입니다. 그런데 돌연 공식 발표 일정이 취소됩니다. 대신 군 당국자가 비공개 설명 자리를 갖겠다고 기자단에 통보했습니다. 역시 일방적입니다. 공개 브리핑을 비공개로 돌연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후 2시 50~55분>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국방부는 이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꿉니다. 다시 예정대로, 그러니까 3시에 부지  선정 발표를 공식적으로 하기로 결론 내린 것입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드 배치 부지에 관한 발표 일정이 이렇게 오락가락, 혼돈을 거쳐 진행됐습니다.
결국 오후 3시, 방송을 통해 성주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란 한미 군 당국의 결정이 국방부 당국자인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불과 다섯시간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국방부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했습니다.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란 이유도 있지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발표 일정을 급히 바꾸려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성주지역 군수와 군민들이 국방부로 항의 방문하기 위해 상경하고 있었단 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군민들이 오는 와중에 발표하는 것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주 군민, 국민에 대한 '예의'를 이유로 든 것인데, 그간의 과정에서는 '예의'를 지켰는지 의문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8일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당시 한미는 '수주내' 배치 지역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수로 지역을 압축했다고 인정한만큼, 이 결정이 대단히 의아했습니다. 후보지로 거론된 지역마다 반발이 거세게 인 상황에서, 일종의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입니다. 혼란을 키울 게 뻔했습니다. 

반면, 논의와 공론화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짜여졌습니다. 배치 지역 여러곳이 거론됐지만,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모르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일로 하필 금요일이 낙점된 것도 개운치 않습니다.(통상 금요일에 보도를 하는 뉴스 사안은 주말까지 동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막판 후보지로 부상한 성주, 지역민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단식에 들어갔고, 보도가 나온지 하루만에 군민 5천 명이 모여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국방부는 이날, "군의 충정을 이해해주시고 지원해달라"고 성주군민에게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충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충정을 이야기하기에 그간의 노력이 너무도 미흡했습니다.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당국이 혼란을 자초하는 사이, 사드는 우리사회 갈등의 불쏘시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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