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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50년대, 폭염 사망자 한 해 최고 250명

온실가스 배출 줄여도 폭염 사망자 급증 전망

[취재파일] 2050년대, 폭염 사망자 한 해 최고 250명
지난 8일 경북 의성의 기온은 최고 33.8도까지 올라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는 하루 종일 강한 햇볕이 쏟아져 내렸다. 당일 의성에 사는 89살 주민이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 새벽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지난달(6월) 25일에도 김천에서 62살 주민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5.23~7.10)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18명, 사망자도 2명이나 됐다.  폭염이 심했던 지난 2013년에는 모두 1,18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14명에 달했다.

하지만 온열질환 감시체계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응급실을 찾지 않고 일반 진료를 받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온열질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지난 2003년 2만 9천 477명에서 2012년에는 10만 2천 240명으로 9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자료: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은 폭염 상황에서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워지면서 체온이 크게 올라가는 열사병, 땀을 과도하게 많이 흘려 발생하는 열탈진, 손가락이나 팔, 다리에 경련이 나타나는 열경련,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열실신, 손이나 발, 발목 등이 붓는 열부종, 붉은 뾰루지가 생기는 열발진을 등을 말한다.

폭염일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온열질환자는 늘어나고 사망자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미래에 우리나라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얼마나 발생할 것인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최근 우리나라 미래 폭염 사망자에 대한 연구결과를 유명 저널에 발표했다(Kim et al., 2016).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경우 미래에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2000~2010년 평균)보다 어느 정도나 더 늘어날 것인지 전망한 연구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는 경우(RCP4.5)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8.5) 각각에 대해 미래에 폭염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최대 일수(폭염최대연속일수)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나고 그로인한 폭염 사망자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추정했다.

특히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화를 고려하기 위해서 통계청의 인구 추계 시나리오를 이용했다. 폭염 피해에서 고령화가 매우 중요한 변수인 것은 고령층이 폭염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선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한반도 기온은 빠르게 상승한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더라도 2050년대에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최근(1981~2010년 평균)보다 2.3도 상승하고 저감 없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하는 경우 2050년대 평균기온은 최근보다 3.2도나 높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2060년대에는 2050년대보다 기온이 더 올라가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더라도 최근보다 2.6도나 상승하고,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는 한반도 평균기온이 최근보다 4.1도나 상승할 전망이다.

연구결과 2060년까지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더라도(RCP 4.5) 폭염최대연속일수는 현재보다 1.7배나 늘어나고, 저감 없이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RCP 8.5) 폭염최대연속일수는 현재보다 2.5배나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한 결과다.

고령화 또한 급속하게 진행돼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면서 206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현재보다 4배나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할 때 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상당부분 실현하더라도 점점 상승하는 기온으로 인해 폭염일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급속한 고령화로 고령인구 또한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50년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상당히 실현하더라도 현재보다 평균 5배나 늘어나고, 저감 없이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보다 평균 7.2배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현재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해 평균 23명 정도다. 2050년대에는 온실가스를 상당히 감축하더라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의 5배인 평균 115명, 저감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는 현재의 7.2배인 평균 165명이 매년 폭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특히 2050년대에는 한해에 최고 250명 정도가 폭염으로 사망하는 이례적인 폭염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나고 길어지는 폭염이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이다.

폭염을 흔히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폭염은 여름만 되면 흔히 나타나는 더위쯤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삼복더위는 예전에도 늘 있었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폭염은 점점 더 사나워진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점점 더 사나워지고 있는 폭염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맞물려 가장 위협적인 기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참고문헌>

* Do-Woo Kim, Ravinesh C. Deo, Jea-Hak Chung and Jong-Seol Lee, 2016: Projection of heat wave mortality related to climate change in Korea, Natural Hazards, DOI 10.1007/s11069-015-1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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