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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단독] 빙상연맹 고위 임원 딸 인턴 문서 위조

[취재파일] [단독] 빙상연맹 고위 임원 딸 인턴 문서 위조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고위 임원이 자신의 딸을 위해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SBS 취재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1년 7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대표팀 전력 극대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빙상연맹의 이사가 있을 수 없는 일탈 행위를 저질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빙상연맹 임원 A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허위 문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시점은 지난 5월입니다. 빙상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A씨의 딸은 미국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합니다. A씨는 자신의 딸에게 “더 좋은 유명 대학에 편입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말한 뒤 대한빙상연맹에서 곧 인턴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인턴 관련 경력이 있으면 편입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영어를 할 줄 몰랐던 A씨는 부하 직원에게 문서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A씨의 딸이 대한빙상연맹에서 인턴을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문서 작성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낀 부하 직원은 관련 사실을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고발했습니다. 대한빙상연맹은 A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직원의 실수로 일부 고등학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특기자 자격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내 빙상계의 한 지도자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1월 전국 남녀 종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빙상연맹의 착오로 경기실적 증명서가 잘못 발급됐다. 이 덕분에 일부 선수가 대학교에 체육 특기자로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전국 남녀 종별 종합선수권대회 겸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두 대회에서 나온 기록을 합쳐 순위를 매기게 돼 있었는데, 직원의 실수로 주니어 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록이 누락됐다. 따라서 종별 종합선수권대회에만 출전한 선수의 경우 종별 선수권 순위가 그대로 경기실적 증명서에 입력됐다. 이에 따라 원래 10위 밖에 있어야 할 선수가 메달권에 진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주니어 선수권에서 10명이, 종별 종합선수권에서 5명이 출전했을 경우 전체 15명의 기록을 따져 종합 순위를 가려야 합니다. 즉 종별 종합선수권에서 1위를 차지하더라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록보다 뒤떨어지면 10위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빙상연맹 직원의 실수로 종별 종합선수권에 출전한 선수의 순위가 그대로 인정돼 고스란히 경기실적 증명서에 남았습니다. 경기실적 증명서는 대학 특기자 입시와 직결됩니다.

대한빙상연맹은 전산 입력상의 오류를 1년 5개월이나 흐른 지난달 말에야 발견해 시정에 나섰지만 잘못된 입력으로 혜택을 받게 된 선수들은 이미 지난해 대학교에 체육 특기자로 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는 것이 빙상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종별 종합선수권에 출전했던 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어머니는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선수는 빙상연맹의 실수 덕분에 특기자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내 아들은 더 나은 성적을 받고도 대학 진학이 어렵게 됐다. 대한빙상연맹이 지난해 8월과 올해 6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실적 증명서를 발급했다가 최근에야 이전 증명서가 잘못됐으니 파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빙상연맹은 "빙상연맹의 실수로 특기자 자격으로 대학에 진학한 선수가 실제로 있는지는 좀 더 확인해보겠다. 빙상연맹이 실수한 것은 맞지만 이제부터라도 원칙대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경기실적 증명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1년 5개월 만에 깨달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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