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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한 끼 7,000㎉! 죽음 문턱까지 갔던 음식 고문이었죠"

[人터뷰+] "한 끼 7,000㎉! 죽음 문턱까지 갔던 음식 고문이었죠"
“주말에는 식고문을 당하고 나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죽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해병대에 입대한 병사가 부모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A4 용지 아홉 장 분량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편지는 ‘그동안 당했던 것들을 말씀드리겠다’라고 시작했습니다. 

이 병사는 편지에서 자신이 ‘식(食)고문’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때로는 ‘악기바리’라고도 불리는 식고문은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엄청 많은 양의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행위입니다.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먹는 것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가혹행위죠.

그는 3일에 한 번꼴로, 많으면 한 달에 10차례까지 식고문을 당해왔다며,하루빨리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병영 밖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SBS 취재진은 해당 병사를 만나 그가 어떤 식으로 식고문을 당해왔는지 당시의 피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식고문을 악기바리라고 하던데 정확히 뭔가요?

▶ 식고문 피해 병사:

악바리 기질을 발휘한다는 뜻으로 악기바리라고 합니다. 보통 이병 때 신고식 차원에서 음식을 많이 먹이는 문화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 기자: 악기바리를 당하면 얼마나 먹어야 하죠?

▶ 식고문 피해 병사:

군대에서 밥 먹는 건 과업이지 않습니까? 밥은 무조건 먹어야 합니다. 상병이 돼야 밥을 먹든 안 먹든지 자유인데, 그전에는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합니다. 심지어 속도 안 좋은데 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빨리 밥을 먹고 나면 바로 PX에 데려가서, 한 번에 기본 2만 원어치 이상을 먹입니다. 항상 밥을 다 먹고 나서 또 먹어야 했습니다. 맞선임이 저에게 처음 시킨 악기바리는 과자 악기바리였는데, PX에서 과자 9봉지에 음료수까지 2만 원어치를 저에게 사게 한 뒤, 전부 다 먹도록 지시했습니다.
▷ 기자: 그때 먹었던 것들 생각나는 게 뭐가 있죠?

▶ 식고문 피해 병사:

포카칩 같은 과자 5봉지랑 탄산음료 500㎖. 핫바는 늘 2개였습니다. 제가 매운 걸 못 먹으니까 일부러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려고 청양고추 들어 있는 제일 매운 걸 사서 먹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너무 매워하니까, 샌드 아이스크림 사주고 다 먹으라고 했습니다.

▷ 기자: 그 중 가장 힘들었던 악기바리는?

▶ 식고문 피해 병사:

평상시대로 밥을 남김없이 다 먹고 나서 치킨 두 마리, 떡, 호떡 빵 8개짜리 한 줄, 빵 두 봉지, 상자 과자 두 갑, 과자 3봉지, 음료수 1.5ℓ 1병까지 모두 합해서 1만 2천 원 어치의 음식을 제가 다 먹어야 했습니다. 그 날은 그걸 혼자 다 먹는 데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 기자: 악기바리가 얼마나 자주 이뤄졌나요?

▶ 식고문 피해 병사:

보통 3일에 한 번 꼴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만 10회가량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 기자: 그 시간 동안 선임들은 뭐하고 있었죠?

▶ 식고문 피해 병사:

제가 다 먹는지 지켜보면서 고통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하면 그걸 보고 낄낄거리고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너무 배가 불러서 한숨을 쉬거나 배를 문지르면 배부른 거 티 내지 말라고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면서도 언제 또 욕할지 모르니까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계속 먹어야 했습니다.

▷ 기자: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토하고 싶지 않나요?

▶ 식고문 피해 병사:

속이 너무 안 좋다 보니 토해서라도 뱉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토를 하다가 화장실에서 걸리게 되면 맞선임이 저한테 가만 안 둔다고 죽는다고. 토는 하는데 걸리지만 말라고 협박을 했었습니다.

▷ 기자: 몸에 이상이 생길 법도 한데…?

▶ 식고문 피해 병사:

부대로 처음 전입했을 때가 75㎏이었는데, 가장 많이 쪘을 때가 84.5㎏이었습니다. 그땐 제대로 숨쉬기가 힘들었습니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체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속이 항상 안 좋았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항상 머리가 아프기도 했습니다.
▷ 기자: 대체 뭣 때문에 식고문을 당했던 거죠?

▶ 식고문 피해 병사:

제가 우리 중대의 인계를 깼다고 했습니다. 인계사항은 병사들 간의 약속인데, 예를 들면 일병 때부터 혼자 PX를 갈 수 있다든지, 상병이 돼야 체육복을 바꿀 수 있다든지 하는 그런 규칙입니다.

▷ 기자: 정확히 어떤 인계를 깼다는 건가요?

▶ 식고문 피해 병사:

제가 한창 이병 때, 사단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일이 워낙 많아서 피곤하고 배가 많이 고팠는데, 선임 한 명이 수고했다고 다 같이 나눠 먹으라며 빵을 사왔습니다. 그때 저는 각자 1인당 하나인 줄 모르고 하나 다 먹고 하나 더 뜯었습니다. 그걸 본 제 맞선임이 그걸 왜 뜯느냐고, 그렇게 빵이 먹고 싶으냐고, 그럼 네가 원하는 만큼 먹게 해주겠다고 욕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다음 날 불러서 초코파이 한 상자, 빵 대여섯 개, 초코 우유 3개를 혼자 다 먹으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 먹고 나니까 선임 중 한 명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며, 그날 중식으로 나온 우동과 짜장 컵라면을 들고 와서 그것도 다 먹으라고 강요했습니다. 그날은 먹은 음식 칼로리까지 다 세보라고 지시했는데, 다 합쳐 총 7,000㎉가 넘었습니다.

▷ 기자: 왜 진작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 식고문 피해 병사:

헌병대에 제가 당한 사실을 적어 냈었습니다. 하지만, 당한 걸 안 적어 낸 게 더 많습니다. 하도 많아서 제가 당한 걸 한 번에 다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기억나는 대로 다시 적어내려고 하면 헌병대는 오히려 또 왔느냐고 조롱하거나 그만 오라는 식의 압박을 가했습니다. 더 말할 게 있어도 무서워서 헌병대에 더는 못 갔습니다. 그래서 한번 지켜보려고 했습니다. 제 맞선임도 병장선임들 눈치를 보니까 그들이 나가면 잘해주겠지, 괜히 신고해서 서로 나빠질 일 만들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로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살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너무 힘들어서 결국 어머니께 연락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중대장 행정관에게 연락한 것입니다.

▷ 기자: 신고하고 난 이후에 사정이 좀 나아졌나요?

▶ 식고문 피해 병사:

더는 악기바리나 폭력은 없었지만, 오히려 언어적 압박이 심해졌습니다. 전에는 시비 거는 병장이 한 명이었다면 이후에는 사사건건 병장들이 와서는 너 때문에 다른 선임들의 휴가가 다 잘렸다, 네가 아무 죄 없는 선임들 피해줬다는 등 네가 잘못한 거 인정하고 살라고 경고했습니다. 심지어 이병들이 저를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 기자: 해병대 온 것 후회하진 않아요?

▶ 식고문 피해 병사:

저는 당연한 의무라 생각하고 나라 지키려고 군대에 왔습니다. 제가 워낙 활동적이라 인생에 한 번뿐인 힘든 고생도 해보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싶은 바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임들을 만나고 그 자부심이 다 사라지고 대한민국 군대가 정말 싫습니다. 지금은 해병대 온 게 정말 후회될 뿐입니다.

※ 결국, 가해자들은 형사처벌이 아닌 영창 10일, 휴가 제한 같은 부대 자체 징계를 받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부대로 전출 간 이 일병이 선임들이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도 당했단 사실을 추가로 털어놓으면서 군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그래픽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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