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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손미나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행가'

<앵커>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해답을 찾는 학교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알랭 드 보통 씨가 세운 ‘인생학교’인데요. 

세계에서 11번 째로 문을 연 한국 분교의 교장, 전직 아나운서이자 여행작가인 손미나 씨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선 인생학교라는 이름에서 느낌이 오긴 합니다만, 학교라니까 뭘 가르치고 배우는 곳일 텐데, 어떤 곳인가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알랭 드 보통 씨가 2008년 런던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본인이 캠브릿지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인생을 살아보니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 많더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일상에서의 고민을 잘 마주해서 성실하게 해결하고, 또 현명한 길을 찾을까 연구하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실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일상 속의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예를 들어서 내가 남을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선택이라는 것은 어떻게 잘할까, 이런 것들도 학교에서 가르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삶의 어떤 외형적인 형식보다 삶 자체의 어떤 문제를 다루는 학교인 것 같은데, 어쨋은 학교니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이 있을 텐데, 어떤 분들이 주로 가르치고 배우시나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인생학교라는데, 학생과 선생님이 구분이 잘 돼 있지 않습니다 사실은. 선생님이라는 개념이기보단, 영국에서도 그렇고, 저희도 '리더'라는 표현을 쓰는데,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정말 구체적이고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인문학적인 것을 베이스로 해서 토론도 하고, 또 심리적인 테라피 요소도 함께 포함돼 있어요. 오시는 분들 누구나, 실제로 고등학생부터 70대 노인분들까지도 다 찾아오시는데, 그런 분들이 한자리에 앉아서 소통하고 공감하고, 한 가지 문제를 토론하고, 이렇게 하는데, 선생님께서 거기서 '리더' 역할을 해 주시는 거죠.]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많은 위대한 분들이 다 찾아 헤매던 해답인데, 오시는 분들, 또 리더를 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실제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하시던가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수업을 실제로 듣고 가시는 분들이 정말 놀라운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하루에도 몇 분씩, 여기 30년 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3시간 동안, 해결까지는 아니지만, 그것이 어떤 방향성을 찾았다든지, 크게 공감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용기가 생겼다 이런 말씀 많이 하시기 때문에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자 그럼 우리 교장 선생님 이야기를 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서울 학교가 11번 째 분교라고, 어떻게 서울 분교를 직접 책임지게 되셨나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사실은 2008년에 제가 알랭 드 보통 씨를 인터뷰하러 갔었어요. 그래서 그냥 독자로서 너무 팬이어서 좋아하면서 갔는데,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하고 생각하고 있는 게 너무 비슷하고, 하고 싶은 일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소개를 해줬고,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건 정말 한국사회에 필요하다는데 둘 다 공감을 했습니다. 그래서 파트너를 찾겠다 하고 제가 한국에 다시 귀국을 했을 때, 우리가 같이 한번 해보면 어떨까, 그동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서로 이해를 잘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지 한 번 보겠다 해서 공식 제안서를 만들고, 심사를 하고, 실제로 다른 후보들과 함께 경쟁을 해서 결정된 것이죠.]

사실 지상파 방송의 아나운서라 하면 지금도 신입사원 모집하는데 수천 명이 몰리는, 많은 분들이 선망하는 직업인데, 어떻게 보면 그 자체가 성공의 표상일 수 있는데, 그 자리를 떨치고 나오셔서 미래도 불투명한 여행 작가를 하시고, 이런 여러 가지 변화를 과감하게 하셨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변화를 생각하지만, 그걸 직접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거든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셨어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사실 뭐 용기가 많은 사람이라기보단, 저는 오히려 좀 힘을 빼고 사는 사람? 그 정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너의 재능과 세계의 요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너의 천직이 있다'는 말을 했다는데, 아나운서로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 이제는 그런 좋은 자리들을 후배들에게 주고, 저는 제가 좀 더 파도를 따라 표류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 제가 가장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저의 재능과 진짜 세계의 요구가 교차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좀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뭐 길지 않은 시간인데 많은 것을 느끼셨네요. 서울 분교가 문을 연 게 지난해 10월이니 이제 10개월 정도 돼 가는 것 같은데, 직접 운영을 해보시니 어떠세요?

[손미나/'인생학교' 서울 분교장  : 일단은 매일 매일 너무 감사하는 삶이고, 평생을 살면서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이 좀 더 좋아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습니까. 그런데 거의 하루에 몇 번씩 그런 이야기를 듣고 사니 이게 무슨 행운인가 싶기도 하고, 또 그만큼 사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변화들을 느끼고 계시고, 이것이 저는 갑자기 어떤 유행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 바라지 않고, 그냥 지금처럼 서서히, 빗물이 스며들듯이, 전염병이 퍼져 나가듯이, 이렇게 좀 우리 사회에 조금 변화를 일으키는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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