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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비바람 대신 폭염 몰고 온 태풍 '네파탁'…전국 폭염경보·주의보

[취재파일] 비바람 대신 폭염 몰고 온 태풍 '네파탁'…전국 폭염경보·주의보
장마가 소강상태에 들어가니 이번에는 폭염이 기승이다. 전국 대부분 지방의 낮기온이 30도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어제(8일) 경기도 하남의 기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36.3도까지 올라갔고, 서울 서초구 35.5도, 전북 익산 35.4도, 경북 안동 34.1도, 충남 논산은 34.3도를 기록했다. 서울은 32.4도까지 올라가면서 공식적으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습도까지 높아 대부분 사람들이 날씨 때문에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불쾌지수도 올라갔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내륙지방에는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토요일인 오늘과 일요일인 내일도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오늘 서울과 광주, 대구의 기온 모두 33도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경기도 하남과 전북 익산 등은 35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북상하는 제1호 태풍 ‘네파탁’의 영향이 크다. 어제(8일) 타이완을 관통한 슈퍼태풍 ‘네파탁’은 오늘(9일)은 중국 남동부인 푸저우 남쪽에 상륙할 전망이다. 그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중국 남동부에 또 한 차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어떻게 중국 남동부로 북상하는 태풍 ‘네파탁’이 우리나라에 폭염을 몰고 오는 것일까?

보통 태풍은 북태평양을 폭넓게 덮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북상하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태풍에 비해 워낙 크고 강하기 때문에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뚫고 지나가거나 세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태풍 '네파탁'이 중국 남동부를 향하는 것도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국 남동부까지 동서로 길게 확장해 있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에 해당된다.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차고 습한 오흐츠크해 고기압과 만나 경계를 이루는 지역이다. 남북의 두 고기압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장마전선은 중부와 남부지방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되는데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강해져 북쪽에 있는 오흐츠크해 고기압을 밀어 올리고 한반도를 완전히 덥게 되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 폭염이 찾아오게 된다.

보통의 경우 7월 하순에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이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열흘이상 일찍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것이다. 한반도 남쪽에 머물러 있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열흘 이상 일찍 한반도를 뒤덮은 것이다. 예년보다 열흘이상 일찍 북태평양 고기압을 한반도까지 밀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북상하는 태풍 ‘네파탁’이다.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중국 남동부로 향하는 동안 일본을 덮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 끝 부분이 일시적으로 한반도까지 밀려올라 온 것이다. 특히 태풍이 마치 펌프질을 하듯이 열대지방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북쪽으로 퍼 올리고 있고 태풍이 퍼 올린 뜨겁고 습한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이다. 한반도 기온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올라가고 끈적끈적한 날씨가 나타나는 이유다.

북상하는 태풍으로 인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쪽으로 확장하면서 일시적으로 폭염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번 주말 폭염은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까지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을 덮고 있었던 지난 7일 동일본 지역의 기온은 39도 가까이 올라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야마나시현 가쓰누마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8.8도, 사이타마현 하토야마는 37.9도까지 치솟았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3명이 숨지고 600명이 넘는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갔다. 글자 그대로 살인 폭염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장마전선은 북한 이북 지역까지 밀려 올라갔다. 현재 장마전선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세력도 크게 약해진 상태다. 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확장하면서 시작된 이번 폭염으로 올 여름 장마가 끝나고 계속해서 한여름 무더위가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중국에 상륙하는 태풍 ‘네파탁’은 내일(10일) 밤에서 모레(11일) 새벽 사이 상하이 서쪽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풍이 남긴 수증기가 12일(화)~13일(수)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대부분 지방에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부터 비구름이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한반도까지 확장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시 일본 쪽으로 수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부근에 다시 장마전선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폭염도 당연히 누그러진다. 기상청은 15일(금)~16일(토)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이 한차례 휘젓고 지나간 뒤 한반도 주변 동아시아 지역의 날씨가 태풍이 발생하기 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 몸이 무더위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에 찾아오는 폭염은 더욱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번 주말 폭염이 바로 그렇다. 폭염은 맞서지 말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노약자나 질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더윗병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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