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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희귀 뼈암' 23살 청년에 3D 프린팅로 뼈 이식해

[취재파일] '희귀 뼈암' 23살 청년에 3D 프린팅로 뼈 이식해
지난달 국립암센터가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발뒤꿈치뼈를 희귀 뼈암을 앓고 있는 23세 청년에게 세계 최초로 이식 수술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2주 뒤 수술을 집도한 국립암센터 특수암센터장 강현귀 교수는 수술 후 며칠 안 돼 기자한테 사진 몇 장과 함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청년의 발목을 재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발뒤꿈치뼈에 암이 생기면 통상적 치료법으로는 발목을 잘라야하는데 3D 프린팅 기술로 인공뼈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발목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티타늄 재질 발뒤꿈치 인공뼈, 강현귀 교수 제공>

사실 보도를 할 때만해도 ‘이식 수술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몸속의 발뒤꿈치뼈를 대체할 인공뼈를 만드는 게 가능할 지, 또 설사 인공뼈를 만들어도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견고할지, 혈관과 인대 등 인체조직을 인공뼈에 잘 달라붙게 할 수 있을지 등등 여러 가지 비관적인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강 교수가 보낸 문자 메시지 하나가 이런 부정적 생각들을 한방에 날려버린 셈이 됐습니다. 6시간의 대수술 끝에 보란 듯이 이식 수술에 성공한 겁니다. 수술이 성공하면서 수식어 하나가 붙게 됐습니다. ‘20대 청년에게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발뒤꿈치뼈를 이식한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입니다.
<티타늄 재질 인공뼈 발뒤꿈치에 이식 수술 장면>

강 교수팀은 청년의 발목을 살리기 위해 티타늄 재질의 인공뼈를 착안했습니다. 다른 뼈로 재건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3D프린팅 기술로 본뜬 인공뼈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 암 발생 부위 발뒤꿈치뼈를 제거하기 전 컴퓨터로 정확히 디자인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티타늄 합금 재질로 뼈보다 더 단단한 인공 발뒤꿈치뼈를 정교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인공뼈는 의료진과 3D프린팅 기술 업체가 수 십 차례 협의 끝에 망사형태로 구멍을 뚫어 무게는 최소화하면서 실제 뼈와 비슷한 무게로 제작됐습니다. 실제 무게는 105g에 불과했습니다. 

얼마 전 중국의 관영 CCTV가 “베이징 대학 병원이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척추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공 척추로 사용된 골조는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19cm짜리 티타늄 소재 그물망 튜브로 환자의 복부와 가슴을 잇는 척추 부위를 인공뼈로 대체하는데 성공했고, 수술 후 환자가 잠시 걷기도 했다며 중국의 의술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의료진, 정확히 말하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지난해 3D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엉덩이뼈, 척추뼈 이식에 이미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3D프린팅 의료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첨단 3D프린팅 기술과 의료기술을 접목하면 새로운 국가의 부를 창출 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는 겁니다.
<발뒤꿈치에 이식된 티타늄 재질 인공뼈>
<발뒤꿈치에 이식된 티타늄 인공뼈 X레이 사진>

국립암센터 강현귀 교수의 어깨는 무거웠습니다. 23세 청년의 발목을 재건해야하는 부담과 함께 방송에서 수술 예정보도를 일찌감치 했기 때문에 부담은 배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강 교수의 집념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힘든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힘이 됐습니다. 강 교수는 수술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수술 사례를 논문으로 집필해 우리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비슷한 희귀 난치성 뼈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예정입니다. 이식 수술을 받은 23세 청년의 회복 속도가 빨라 재활치료가 끝나면 걸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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