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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국가브랜드, 정권 홍보 브랜드?

새 국가브랜드 'Creative Korea' 논란이 남긴 것

[취재파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국가브랜드, 정권 홍보 브랜드?
첫 느낌이 어떠셨는지요? 쌍둥이처럼 닮은 두 편의 '크리에이티브' 시리즈 말입니다. 저는 디자인과 별 관련없는 그야말로 일반인 눈높이라고 자평할 수 있겠는데요, "많이 비슷하네, 표절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라는 게 솔직한 첫 느낌이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표절 여부는 저작권법으로 따지더군요. 저작권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내심으로는 제 첫 느낌과 마찬가지로 표절이 의심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사실상 아무 문제가 없어보인다는 답변입니다. 저작권법에서 표절 여부를 따질 때 브랜드명(슬로건의 내용)과 디자인 외관으로 나눠서 판단합니다. 우선 브랜드명의 표절 여부를 따지려면 독자성, 고유성을 갖기에 충분한 길이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문장이라든가 한 단락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의 경우 두 단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고유성을 논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디자인 외관은 어떨까요? 시각디자인과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언뜻 봐서는 흡사해 보이지만 법적인 의미에서 디자인 표절 여부는 일반 눈높이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합니다. 그림이나 사진과 달리 문자로 이뤄진 디자인의 경우 근본적으로 다양성의 한계가 있는만큼 판박이처럼 흡사하지 않으면 저작권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폰트(서체), 자형, 자간 등 특성이 종합적으로 평가됩니다.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의 경우 글자가 위아래로 길쭉한 장형인데 비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정병형인 정형으로 차이가 있고, 자간도 다르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법적인 잣대를 들이댔을 때 표절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논란은 해소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4일로 돌아가 보죠.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국가브랜드를 처음 공개하던 브리핑 자리로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첫 대면하던 순간 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뜨악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사전에서 정확한 의미를 찾아보니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아 꺼림칙하다'라는 뜻이군요.

왜 선뜻 내키지 않았을까요? 현 정부의 역점 공약인 창조경제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또 창조 타령? 기승전 창조? 대통령 보여주기 위한 브랜딩?" 

사실 브랜딩이나 네이밍의 영역은 논리나 합리성보다는 수용자의 느낌과 감성에 의존하는 몫이 큽니다. 그렇다보니 제 아무리 뛰어난 브랜드라 하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기 마련입니다. 옳다 그르다 잣대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없이 명멸해간 정부, 지자체 주도 브랜딩 사업을 보면 눈에 띄는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이나 단체장들은 전임자가 만든 브랜드를 폐기해야 할 유물로 여기기 마련이라는 점입니다. 매번 없애고 새로 짓고를 반복하는 까닭입니다.

정권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어떨까요? 누가 봐도 박근혜 정부의 브랜드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이 이름은 후임 정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국가 브랜드'와 '정권 홍보 브랜드' 사이 착각과 혼선이 스스로 브랜드의 수명을 단축하는 선택을 불러온 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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