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우 취재파일 18] 상상 초월…올림픽에서 사라진 종목들

다음달 리우 올림픽에는 모두 28개 종목에 걸쳐 총 30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습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96년 1회 아테네 대회 때는 모두 몇 종목이 열렸을까요? 정답은 9개입니다. 9개에서 28개로 늘어나기까지에는 숱한 곡절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올림픽은 어찌 보면 종목 변천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육상, 수영, 레슬링처럼 1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종목이 있는가 하면 골프처럼 112년 만에 부활한 종목도 있습니다. 반대로 여러 이유로 존재했다가 지금은 사라진 이벤트도 있습니다. 오늘은 사라진 종목 가운데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을 위주로 소개하겠습니다.

● 1900년 파리 대회, 황당한 시범 종목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은 제 2회 대회였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만국 박람회의 부속 대회로 열렸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황당한 경기가 시범 종목이란 이름으로 많이 개최됐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비둘기 사격>으로 말 그대로 비둘기를 총으로 쏘아 맞히는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를 위해 약 300마리의 비둘기가 희생됐는데 21마리를 적중시킨 벨기에 선수가 우승했다고 합니다.

또 <열기구 레이싱>이 열렸는데 떠오르기, 버티기, 멀리 가기 3가지로 평가를 했는데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한번 진행되고 폐지됐습니다. 파리 외곽에서 실시한 <대포 쏘기>도 있었는데 대포가 농가에 떨어지며 많은 피해를 줘 없어졌다고 합니다. <인명 구조>란 이벤트도 있었는데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 후 심폐 소생술을 하는 종목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해 폐지됐다고 합니다. 거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수준의 ‘전설 따라 3천 리’ 같은 스토리입니다.
싱글 스틱 (사진=위키피디아)
● 싱글 스틱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 단 한 번 정식 종목으로 열린 ‘싱글 스틱’이라는 경기는 다소 잔인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싱글 스틱’은 막대기를 들고 마주 선 두 선수가 상대 머리를 공격해 먼저 피가 나는 쪽이 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손잡이가 둥근 목검을 들고 싸우는데 회초리처럼 유연성이 좋은 칼로 상대방 머리를 가격하는 엽기적인 게임이었다고 합니다. 
디어 슈팅 (사진=bbc)
● 디어 슈팅

100m 거리에서 사슴 모양의 과녁을 향해 총을 쏴 사슴의 심장 부위에 가까운 쪽을 맞힌 선수가 승리하는 ‘디어 슈팅(Deer shooting)’도 사라진 올림픽 종목들 중 하나입니다. 1900년대 초반에 열렸지만 얼마 못 가 바로 없어졌습니다.
바스크 펠로타 (사진=wirally.com)
● 바스크 펠로타

손에 낀 갈고리 모양의 나무 주걱으로 벽에 공을 던지는 바스크 펠로타(Basque pelota)는 1900년 파리 올림픽에 정식으로 채택됐습니다. 오늘날의 스쿼시와 비슷한 방식의 바스크 펠로타는 종주국인 스페인이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 올림픽에서 가끔 시범 종목으로 선보이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바스크 펠로타 경기는 아직도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지대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줄다리기 (사진=wirally.com)
● 줄다리기

학교 운동회의 인기 종목이었던 줄다리기도 한때는 당당한 올림픽 종목이었습니다.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때까지 열렸습니다. 한 팀 당 여덟 명의 선수가 출전했으며 경기 시간은 5분이었습니다. 5분 이내에 일정 표시된 부분까지 줄을 당길 경우 승리했는데, 만일 5분이 지나도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 종료 후 더 많이 끌어당긴 쪽이 이긴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국가 별로 여러 팀의 출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한 나라가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쓰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합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는 미국의 클럽 팀이 메달 세 개를 싹쓸이했는가 하면,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영국이 금-은-동메달을 전부 거머쥐었습니다.

● 역도 한 손 들기

역도 한 손 들기는 양 손을 번갈아 가며 역기를 들어 승자를 가리는 경기입니다. 한 손 들기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단 한번 치러진 뒤 사라졌습니다. 한 선수 당 3회의 기회가 주어졌는데 최초이자 마지막 우승자는 영국 선수로 기록은 71kg이었습니다.
제자리 3종 세트 (사진=위키피디아)
● 제자리 3종 세트

제자리멀리뛰기와 제자리높이뛰기, 심지어 제자리세단뛰기까지 정식 종목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폐지되었습니다. 1900년 2회 파리 올림픽에서 시작된 후 3회 세인트루이스 올림픽까지 실시된 제자리높이뛰기,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까지 열린 제자리멀리뛰기와 제자리세단뛰기는 사라진 대표적인 도약 종목으로 도움닫기 없이 선 채로 누가 얼마나 멀리 또는 높이 뛰느냐를 가리는 경기이었습니다. 제자리세단뛰기는 선 채로 점프해 한 발로 착지하고 그다음 점프에서는 반대쪽 발로 착지한 뒤 마지막 점프 후에 두 발로 땅을 딛도록 했습니다. 

제자리 3종 세트 종목에서는 미국의 레이 어리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때부터 연속 3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8개의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는 오랜 세월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기적 같은 업적을 이뤘습니다. 그는 제자리높이뛰기에서 165㎝, 제자리멀리뛰기에서는 347㎝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을 통해 골프는 112년 만에, 그리고 럭비는 9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돌아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우승했던 야구는 2012년 런던 대회와 리우 대회를 건너뛰고 2020년 도쿄 대회에서 다시 열리게 됩니다.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와 전통 깊은 레슬링도 한 차례 퇴출 위기를 넘긴 종목들입니다. 이렇듯 올림픽에서 각 종목들도 생존 경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영원한 올림픽 종목이란 없다. 인기가 없거나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퇴출된다”며 늘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종목이 한번 사라지면 다시 돌아올 날은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있을 때 잘 하라’는 얘기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