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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취준생 절반이 '공시생'인데…크리에이티브 한국?

서울스퀘어 외벽에 영어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는 글자가 불을 밝혔습니다. "창의적인 한국"이라는 뜻의 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정부가 얼마 전 우리나라의 새 국가 브랜드로 확정해 발표했는데요, 곧바로 불거진 프랑스 브랜드 표절 의혹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한국의 상징이 정말 크리에이티비티, 창의성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지 조금 대조적인 현실이 떠오릅니다. 정호선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대조가 조화를 만들어내는 곳, 창의적 대한민국.]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 가운데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거나 과거에 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20세에서 24세 가운데는 47.9%, 25세에서 29세 중에는 53.9%에 달했습니다. 주로 9급 공무원이나 교원 임용시험이었습니다.

노량진 학원가를 가도 쉽게 알 수 있듯 취준생의 절반이 일명 '공시족'인 겁니다. 불경기 때 공공부문이 주요 고용 시장 노릇을 하는 게 이상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다는 견해가 많은데요, 청년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좀처럼 투자를 늘리지 않아 좋은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 데다, 취업도 어렵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등에 머물러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인 사고가 직업 선택에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비교적 장래가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린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같은 기술의 발달로 현존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에 여전히 우리나라 초등 중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의사, 판사, 변호사 일색입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들이긴 하지만, 마음껏 상상력을 펼쳐야 할 학창 시절부터 이른바 돈 잘 벌고 안정된 직업을 쫓는 세태는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가치인 창의, 창조와는 어울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하면 창업 환경 역시 창의, 창조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때 벤처에 대해 묻지마 투자 열풍이 일 정도로 뜨거웠던 창업 열기는 최근 그 추세가 많이 꺾였습니다.

한 번 실패하면 낙인이 찍혀 재기가 어려운 분위기 탓에 새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도전에 나서길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대학생의 창업 선호 비율은 6.1%로 중국의 40.8%에 비해 턱없이 낮았습니다. 반면, 취업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수준은 중국의 3배에 달했습니다.

게다가 창업 업종에서도 차이가 드러나 우리는 요식업 등 생계형 저부가가치형에 편중돼 있었고, 중국은 IT 분야처럼 혁신형 창업에 대한 의향이 높았습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창업 인프라 조성에 공을 들인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재산권을 평가 절하하는 풍토인데, 심지어 중국도 이미 변하고 있어서 전 세계 특허 출원의 3분의 1이 중국 내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중국은 세계 최대 지적 재산권 국가가 됐습니다.

물론, 한류처럼 창의적 역량을 세계적으로 떨치는 분야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반영해야겠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그저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는 않길 바랍니다.

▶ [취재파일] 'CREATIVE KOREA'가 와 닿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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