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유상봉의 저주'…악마의 편지에 이름 등장하면 끝장

6일 오전 부산시청 도시계획실장 J(56·2급)씨 사무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부산지검 특수부 소속인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사무실을 뒤졌다.

이후 J씨 자택도 압수 수색했다.

수사관들은 이어 Y(55·4급·교육 파견), K(55·5급)씨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 수색을 했다.

검찰은 J씨와 K씨를 임의출석 형식으로 부산지검으로 동행해 조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일 먼저 '함바 브로커'로 유명한 유상봉(70·수감 중)씨 이름이 나왔다.

검찰 칼끝이 부산시청 기술직 공무원 중 최고위 인사인 J씨를 겨누자 부산시청이 술렁거렸다.

유씨에게서 돈을 받고 함바 운영권을 딸 수 있도록 도와준 공무원들이 떨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유씨는 최근 몇년간 수감생활과 출소를 되풀이했다.

사기로 수감 중인 그는 최근에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수억원을 받았다가 추가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주로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혐의로 구속수감됐다.

유씨는 교도소에서 편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넸던 고위 공직자에게 보낸다.

주로 "내가 이전에 당신한테 줬던 돈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유씨와 어떤 식으로든 접촉한 적이 있는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악마의 편지' '공포의 편지'로 통한다.

이런 유씨의 편지는 단순한 협박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가 검찰로 보낸 악마의 편지에 이름이 올랐다가 '지옥의 맛'을 본 고위 공직자가 한둘이 아니다.

강희락(64) 전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이 유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강 전 경찰청장 외에도 10명이 넘는 총경 이상 고위 경찰 간부들이 유씨와의 금품 비리로 줄줄이 옷을 벗었고, 2013년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이 유씨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파면되기도 했다.

부산시청 고위 공무원들도 수난을 겪었다.

안준태(64)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천인복(65) 전 부산도시공사 본부장도 유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대영(60) 전 부산환경공단 이사장도 유씨에게서 9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이밖에도 해경 고위 인사와 공기업 사장, 대학 총장, 대기업 건설사 회장 등도 유씨가 건넨 검은돈을 뿌리치지 않았다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는 수모를 겪었다.

부산시 한 공무원은 "수감돼 있는 유씨가 검찰에서 몇몇 고위 공무원들의 금품 비리를 폭로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누가 검찰에 잡혀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악마의 편지에 이름이 오르면 검찰에 불려가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직사회가 떨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