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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본사만 '나홀로 성장'… 편의점은 공정한가

[취재파일] 본사만 '나홀로 성장'… 편의점은 공정한가
편의점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다달이 플러스 성장 중이다. 2013년 이른바 ‘갑질 파동’ 이후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긴장 관계도 가라앉은 듯 보인다. 경영난을 못 이긴 점주가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편의점에서, 이제 ‘갑질’은 사라진 걸까. 본사와 가맹점은 이제, 과실을 적절하게 나눠 갖게 된 것일까.

정보 공개 청구와 분석을 통해 드러난 결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들려주고 있다. 모든 길은 편의점으로 통한다. 이젠 과언이 아니다. 올해 전국의 편의점 숫자는 3만 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1곳 당 인구수가 1,700명대로 추정된다. 무서운 성장세다. 소매 업종끼리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확연하다.

지난해엔 편의점 홀로 6.6% 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은 0.8에서 2.3%씩 매출이 줄었다. 지난 4월엔 전월 대비 15%나 매출이 늘었다. 1,2%대 늘어난 3대 업종과 견주면, 올해도 편의점의 팽창 속도는 매우 빠르다.
편의점엔 2000년대 급증한 1인 가구가 자양분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3천 억 원을 돌파한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PB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 그리고 갖가지 멤버십 할인 등은 다른 소매점엔 없는 독특한 흥미를 유발한다.

삭막한 도심의 밤거리에선 환한 편의점이 오아시스에 비유되기도 한다. 진열대 자체의 매력 뿐 아니라, 편집된 진열대를 탐색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편의점은 편의점만의 소비 문화까지 형성했기에, 나홀로 급성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성과는 누구의 공으로 평가돼야 할까. 편의점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망을 짜고, PB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본사의 몫이 상당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대개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배율이 35:65인 것도 이런 지분율이 반영된 결과이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노력도 무시할 순 없다. 적자에도, 홍보 효과와 안정적인 접근성을 위해 밤샘 적자 영업을 감수하는 건, 작은 사례일 것이다.

본사와 가맹점은 그럼 ‘편의점 급팽창기’ 동안 각각 얼마씩 과실을 가져갔을까. 최소한 65:35로 나눠 갖긴 했을까. 심정적 예단은 분석 결과 앞에,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구도심엔 ‘길 가맹거래사무소’라는 데가 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주로 프랜차이즈 업종에 진출한 가맹점주가 계약이나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도입한 국가 자격이다.

그는 최근 흥미롭고도 본질적인 분석을 했다. 운 좋게도 기자는 그 작업물을 손에 넣어서 기사로 가공할 수 있었다. (지난 3일 SBS 8 뉴스 해당 기사 보기  ▶ 차별화로 급성장한 편의점…과제는 '상생'
  
본사와 가맹점주의 매출은 각각 얼마나 늘었을까. 분석 기간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이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편의점 본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본사와 가맹점의 연도별 매출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그 결과 지금껏 한 번도 알려지지 않은 매출 격차가 확인됐다.
지난 2007년 9,061개에 불과했던 편의점은 재작년 24,665개로 늘었다. 재작년 기준, 편의점주의 연평균 매출은 5억 3백 30만 원이다. 2007년 4억 9천 9백만 원이었다. 8년 새 430만 원, 고작 0.8% 늘어났다. 재작년 현재 가맹점주의 평균 매출은 업계 4위인 미니스톱이 가장 높았다. GS25와 CU, 세븐일레븐 순이었다.

반면, 본사는 같은 기간 성장률이 53%였다. 재작년 편의점 매출 상위 4개 사의 총매출은 11조 4천 678억 원이 넘었다. 2007년 5조 2천 785억 원에서, 6조 1천 억 원 넘게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최근 매우 공격적으로 출점한 세븐일레븐이 가장 성장세가 가팔랐다.

8년 새 전국 가맹점 숫자가 약 4배 늘어난 세븐일레븐은, 본사 매출이 4.3배로 급증했다. 2.15배로 매출이 뛴 CU가 그다음으로 신장률이 높았다. 미니스톱과 GS는 각각 1.9배와 1.8배로 매출이 뛴 걸로 나타났다.
 
결국,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사이, 4개 편의점 본사가 2.17배로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가맹점주는 1.008배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오히려 임대료와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줄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크게 올랐다. 2014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5천 210원으로 2007년 3천480원에서 약 1.5배가 상승했다. 인건비와 유지비는 100% 가맹점주의 몫이다.
‘갑질’이란 단어가 이렇게 폭넓게 쓰이기 시작한 건 2013년이다. 그해 봄 영업 손실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프랜차이즈나 유통업체 본사의 횡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편의점 본사들의 불공정 계약 행태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해와 이듬해 편의점주 4명이 악화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적자가 발생해도 24시간 영업을 강요하는 행태나,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을 250미터 이내에 개점하는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2014년 이 같은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됐다.

하지만, 이후로 편의점은 6천 개 넘게 늘었다. 자고 나면 골목엔 편의점이 들어선다. 각기 다른 본사가 바로 옆에 편의점을 개점해도 제한할 법규는 없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분출할 거라고 우려했다. “이런 속도로 편의점이 늘어난다면, 이종 브랜드 간의 공격적인 출점 경쟁이 큰 문제로 대두할 것”이란 얘기다.
도심과 주택가 곳곳에서 편의점은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출혈 경쟁이다. 전쟁에 동참할 가맹점 1곳이 늘 때 본사는 약 1천 5백만 원의 가맹비를 받는다. 1,000원 짜리 음료수 하나를 팔면 350원은 무조건 본사로 입금된다. 그래서 아직 상생은 가맹점에만 절실한 화두다. 편의점 가맹점주의 출혈이 아무리 심해도, 아직 본사는 피를 볼 일이 없다.

한 편의점 본사 직원은 “앞으로 몇 년 간 편의점 업계는 함께 커가는 데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팽창하는 상황에서 서로 흠집 내고 다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은 경쟁자이기보단, ‘파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암묵적 동업자’인 것이다.

올해 들어 본사 측은 ‘상생’을 내건 이벤트를 부쩍 자주 열고 있다. 가맹점주 협의체에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열거나, 본사 직원과 점주 가족이 동반 해외여행도 간다. 하지만, 상생의 본질은 결국 ‘분배’다. 맹자의 말씀처럼, 대한민국 편의점에서도 점주의 항심(恒心)은 항산(恒産)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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