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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런던 이민자 마을 - '화이트 채플'을 가다

[월드리포트] 런던 이민자 마을 - '화이트 채플'을 가다
영국뿐 아니라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브렉시트(영국 EU탈퇴)의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은 이민자 문제입니다. 영국 내 이민자들이 넘쳐 나면서, 자신들의 일자리를 가져간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겠죠. EU 탈퇴파들이 나서서 이제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끼리 잘 해 보자고 소리쳤고,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찬·반 캠페인이 한창이던 중,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이민자가 33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탈퇴파에 힘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실제 영국 국민의 13%가 이민자들입니다. 여느 다른 나라와 같이 이민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사는 곳이 많은데, 영국의 대표적인 이민자 마을은 런던 내 ‘화이트 채플’이라는 곳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에서 한 블록 쯤 지나 조금만 걸으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저희 취재진이 3~4시간 이곳을 오가며 취재를 했는데, 무슬림 국가에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여성들은 히잡을 두르고 있었고, 무슬림 복장을 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거리도 온통 전통 의상과 전통 음식을 파는 가게들로 넘쳐 났습니다. 
런던 화이트채플
브렉시트 이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많은 분들을 인터뷰했는데요. 물론 생업에 바빠 잘 모르는 분들도 있었지만, 브렉시트를 보는 시각은 차이가 났습니다.

길거리에서 8년 째 옷가게를 하는 방글라데시 출신의 바부씨는 영국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가져간다고 탓하고 있다면서 EU탈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자신들만큼 열심히 일하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죠, 꽤 번듯한 음식점을 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코피씨는 EU탈퇴에 투표했다면서 이민자가 더 들어오면 당장 자신들 생활부터 위협받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제는 브렉시트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혐오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브렉시트 국민 투표 직후 나흘 동안 인종 증오 범죄 신고 건수가 57%늘어났습니다. 출근길 전철 안에서 젊은 친구들이 이민자를 향해 ‘영국을 떠나라’고 욕을 하면서 술을 얼굴에 뿌리는 동영상도 SNS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또 런던 내 폴란드 이민자 센터 벽에는 ‘집에 돌아가라’는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화이트 채플 지역 이민자들도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층간, 지역간 영국 사회를 갈라 놓은 브렉시트가 이민자들과 더불어 살아온 영국의 전통까지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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