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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용돈 술값 조사에서 나타난 '외로운' 일본인들

일본의 신세이은행은 지난 1979년부터 매년 남성 회사원들을 상대로 한 달 평균 용돈 금액을 조사해왔습니다. 2014년부터는 여성 회사원들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9일 2016년도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남성 회사원은 3만 7873엔, 우리돈 42만 8000원 정도였습니다.

여성은 3만 3502엔, 우리돈 37만 8000원 정도도 남성보다 5만 원 정도 적었습니다. '회사원'은 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등 풀타임 직장인으로, 아르바이트생과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따로 조사됐습니다. (아르바이트생과 파트타임 근로자=남성 2만5670엔(28만7000원), 여성 2만 410엔(22만8000원))
일본 회사원 한달 평균 용돈(신세이은행 조사)
일단 남성 회사원 한 달 용돈 42만 8000원. 생각보다 많은 느낌입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번 설문 대상자에는 20대, 30대, 40대, 50대가 각각 25%씩 균등하게 포함됐습니다. 미혼자가 많은 20대 남성 회사원의 경우 4만 879엔(이하 우리돈 46만 1000원)으로 용돈이 가장 많았고, 40대가 3만 5670엔(40만 2000원)으로 가장 적었습니다.용돈 사용처로는 점심값이 가장 많았고, 술값, 찻값, 휴대전화 요금, 책 구입, 교통비, 화장품, 패션용품 등이 포함됐습니다.
1979-2016년 일본 회사원 용돈 조사 변화
가장 용돈 금액이 컸을 때는 1990년이었는데, 무려 7만 7000엔이었습니다. 1990년이면 버블 경제가 정점을 찍고 막 터지기 시작할 때였죠. 이후 일본 직장인들의 용돈 액수는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엔 처음으로 4만엔 아래로 떨어졌고요, 지금도 계속 하락세입니다. 일본 경제 상황이 반영돼 있는 건데, 일본은 2010년 이후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선 용돈 말고, 연간 급여 액수도 물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설문조사였던 만큼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요즘 환율로 남성은 연수입 우리 돈 5700만 원, 여성은 3500만 원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상당히 높죠. 상대적으로 좋은 회사의 정직원들과, 월급이 많은 40,50대 직장인들이 적극적으로 대답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또, '급여를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전액 가정에 갖다 준다는 답변이 남성은 65.8%, 여성 38.4%로 나왔습니다. 월급의 일부만 가정에 갖다 준다는 답변은 여성이 훨씬 많았는데요. 역시 일본도 우리처럼 아직 남성이 가정의 주 수입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 신바시 라면집 메뉴판
일본 신바시 한 튀김집 메뉴
역시 용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점심값입니다. 남성은 1회 평균 587엔(6600원), 여성은 674엔(7600원)을 쓴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도쿄 시내에서 500엔대 점심 식사는 많지 않습니다. 위 사진은 저희 SBS도쿄지국이 있는 신바시 지역 식당 사진입니다.

라면집은 800-1000엔 정도, 튀김 집의 경우 500엔 짜리 메뉴는 단 하나이고, 대부분 그 이상입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실제 식당 물가보다 낮게 나온 셈인데요.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 직장인 상당수가 밖에서 점심을 사먹지 않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시락 작가 '미야자와 마리' 작품
 점심 도시락을 집에서 싸온다는 사람이 남성은 34.8% 정도, 여성은 절반이 넘는 56.3%였습니다. 도시락 전문 요리사나 관련 사이트들도 넘쳐 나죠. 위 사진은 '도시락 작가'라고 불리는 요리 전문가 미야자와 마리 씨의 사이트에서 갖고 왔습니다.(http://www.e-obento.com )

집에서 못 싸오더라도 식당이나 도시락 전문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는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남성 22.5%, 여성 19% ) 이렇게 도시락 수요가 많다 보니 일본에선 많은 식당들이 점심시간에 손님을 받으면서 동시에 도시락을 만들어 팝니다. 

또, '점심을 먹은 뒤 무얼 하냐'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남녀 모두 절반 정도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동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답변은 남성의 경우 24.7%에 그쳤습니다. 여성은 46% 정도였습니다. 남성의 경우 대부분은 점심시간을 혼자 보내는 셈인데요. 식사도 혼자서 하고, 이어서 인터넷이나 게임 독서도 혼자 하는 겁니다.
한 달에 몇 번 집에서 술을 마시나요?'
점심뿐이 아닙니다. 술자리도 비슷합니다. 신세이은행 설문 중에는 '업무가 끝난 뒤 한 달에 몇 번 정도 술 마시러 갑니까?' 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남성은 2.3회 여성은 2회라고 답했습니다. 굉장히 적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질문을 바꿔서 '한 달에 몇 번 정도 집에서 술을 마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남성은 12.8회, 여성은 9.5회라고 답한 겁니다.(위 표 참고) 

즉,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술자리 대신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는 셈입니다. 50대 남성 직장인의 경우 한 달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횟수가 무려 16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에선 캔맥주 선물 세트가 큰 인기입니다.
일본 맥주 선물세트 광고
술을 보통 집에서 마시는 일본 직장인들의 한 달 술값, 예상대로 적었습니다. 남성은 우리 돈 13만 2000원 정도, 여성은 9만 원 정도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한 달이 아니라 한 번 술자리에서 이 정도 쓰시는 분들도 많죠. 1회 술자리에 가서 내는 술값은 남성이 평균 5만 7000원, 여성이 4만 4000원 정도였습니다.

금액이 이렇게 적은 것은 역시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일본.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일본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들입니다.

**위 글은 7월4일 SBS라디오(103.5Mhz) 한수진의 SBS 전망대 출연 원고를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 [한수진의 SBS 전망대] 日 직장인 한 달 용돈 40만 원…점심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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