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평창 이희범 체제 합격점, 과제는 현금 확보

[취재파일] 평창 이희범 체제 합격점, 과제는 현금 확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난 6월 27일 뜻 깊은 행사를 가졌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에 새로운 보금자리인 신청사를 마련해 개소식을 열었습니다. 2011년 7월 유치 이후 6곳에 흩어져 일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거의 대부분 한 자리에 모여 근무하게 된 것입니다. 700명이 넘는 조직위 직원들은 ‘평창 시대’가 활짝 열렸다며 설렘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날 평창 신청사 개소식을 취재하면서 부임한 지 2개월 가까이 된 이희범 조직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고위 간부는 물론 일반 직원들에게 두루 던졌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거의 같았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옆집 아저씨처럼 소탈

이희범 위원장의 경력은 화려하기만 합니다. 산업자원부장관, 무역협회장, 경영자총협회장을 비롯해 관계, 재계, 학계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인맥을 쌓았습니다. 경력과 지위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상위 0.1%의 엘리트임에 틀림없지만 권위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성격으로 상대와 격의 없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 자신 낮추는 소통의 달인

이희범 위원장은 조직위 안팎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불립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이례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국내 취재진에게 공개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보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습니다.

평창 조직위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때로는 조직위원장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보다 훨씬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그렇게 했습니다. 스스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한 자세 덕분에 이것이 가능했습니다.
● 강한 소명의식과 열정

이희범 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성공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소명 의식과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일 조양호 위원장의 전격 사퇴 이후 ‘소방수’로 전격 투입된 그는 빼어난 추진력으로 위기를 넘기며 최단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마스코트 발표와 평창 신청사 이전 등 굵직한 과제도 무난히 마쳤습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한 이 위원장은 현안의 핵심을 빨리 파악하는 능력에 천성적으로 부지런함까지 갖췄습니다.   

대부분의 평창 조직위 직원들은 “진작 이런 사람이 왔어야 했다”며 이희범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그럼 직원들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현금 확보입니다. 현금이 부족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조직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의 국력이나 조직위의 능력을 고려할 때 2014년 소치나 2022년 베이징처럼 수 십 조의 돈을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올림픽 레벨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 각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대회 준비를 위해 각종 예산안을 올리면 상부에서 일률적으로 대폭 삭감한다.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한 실무자로서는 맥이 탁 풀리는 대목이다. 남들이 칭찬하는 A급 대회는 치르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B급 대회는 치러야 한다. 지금처럼 돈을 아끼면 평창 올림픽은 C급 대회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고작 이런 올림픽을 하려고 3수를 했느냐는 비난을 IOC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듣게 된다. 욕을 먹지 않는 수준의 올림픽을 치르려면 지금처럼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   

평창 조직위가 ‘돈 가뭄’에 시달린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로부터 ‘3수 도전’을 승인받기 위해 처음부터 예산을 적게 잡은 부분도 있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로 물가 인상으로 비용이 늘어난 부분도 있습니다. 유치에 성공한 2011년과 이듬해인 2012년에 조직위가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자체 수입을 확보하지 못한 원죄도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이희범 위원장으로서는 빠른 시일 안에 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최소한 5천 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창 조직위의 전략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스폰서십 계약을 극대화한다.
2. 정부 각 부처의 예산으로 필요 물품을 구입한 뒤 그것을 활용한다.
3. 마지막 수단으로 정부로부터 직접 예산 지원을 받는다.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조직위 인적 구조상 결국 이희범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위 직원들도 “이 위원장이 관계와 재계에서 활동하며 쌓은 경험과 인맥을 총동원하면 어느 정도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다”라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경제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게다가 올 겨울부터 내년 3월까지 무려 20개가 넘는 각 종목 테스트 이벤트를 치러야 합니다. 첩첩산중인 것입니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이희범 위원장이 험난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낼지 주목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