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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오만한 기업 심판 '불매운동'…'15.1%'의 참가율

최근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연비 조작 파문과 관련해 미국 피해 고객과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금으로 1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7조 9천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유럽에는 배상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미국에는 연비와 관련된 장치를 임의로 설정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률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차량들은 임의 설정을 규제하는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들여온 것이라서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연비 조작 사태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이 폭스바겐의 오만함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위 '디젤 게이트' 이후 9백 여 대까지 감소했던 폭스바겐 월간 판매 대수는 차값 할인과 무이자 혜택 등의 판촉 행사를 실시하자 판매량이 한 달 새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국에서는 폭스바겐의 월간 판매 대수가 지난 달 대비 10% 이상 감소했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오만한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불매 운동 등을 통해 경각심을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불매 운동 참가율은 1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국민 7,700명을 대상으로 불매 운동 경험 여부를 조사했더니 1년 동안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는 응답은 9.2%, 1년보다는 전이지만 불매 운동에 동참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9%로 집계됐습니다. 지금까지 동참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55.7%로 집계됐습니다.

불매 운동 참여 경험 15.1%. 낮은 수치입니다. 생계에 바쁜 국민들이 불매 운동까지 동참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법령 마련 등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집단 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손해 배상을 많이 하도록 해서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를 방지하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제도의 도입 논의는 매 국회 때 마다 있었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 위축 등에 대한 우려로 입법이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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