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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이 부탄으로 간 까닭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찾아서

[취재파일] 문재인이 부탄으로 간 까닭은?
사진=문재인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에 이런 인사를 남기고 홀연히 떠났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제 네팔 일정을 마치고 부탄으로 향했습니다. ‘천리행군하고 채워서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트래킹을 12년 만에 마무리하는 의미 그리고 네팔 지진피해 현장을 돕는 의미도 있다지만, ‘나라에 어려운 일 많은데 트래킹 할 때냐’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하필 이 시점에 문재인 전 대표는 왜 작은 나라 부탄을 찾았을까요?

● 가난하지만 국민이 행복한 나라, 부탄의 핵심은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

부탄은 1년에 미리 예약한 1만 명의 관광객만 받고, 그것도 하루 200달러씩 체류비를 내야 하는 나라입니다. 무엇보다 경제성장 위주의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추구에 반대하고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낸 바로 그 나라이지요.

부탄은 국토면적은 남한의 40%, 인구는 80여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이지만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힙니다. 국민행복지수 조사를 하면, 부탄은 항상 유럽 등의 선진국들을 모두 제치고 최상위권에 오릅니다. 행복지수면에서 우리나라가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반면 부탄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이 나라, 비결이 뭘까요?

부탄은 1998년 세계 최초로 국민총행복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환경보전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강제 노동 금지, 완전한 교육, 의료복지를 통해 국민 기본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애써 왔다고 합니다.

국정의 우선순위를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에 두고, 경제적 수치나 물질적 풍요보다는 국민행복을 국정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신들의 전통적 문화와 방식을 잘 지켜가면서도 함께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지향하며 국민행복을 지켜가고 있는 겁니다.

***GNH(국민총행복)는 문화적 전통과 환경 보호,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부탄의 국정 운영철학입니다. 1998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Sigme Singye Wangchuck) 부탄 국왕이 도입을 했다는데요. GNH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7년 4월, OECD는 국민총행복을 목적에 따라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의 4개의 세부 행복지수로 구분하고 각 국가의 GNH 정도를 측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함께 골고루 잘 사는 나라’라는 표현을 들으니 경제민주화, 더불어 잘사는 나라의 개념이 떠오릅니다. 물적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쫓던 사회,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아픈’ 삶을 살아가야 했던 현실 속에서 문 전 대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력자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 부자만 잘 살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는 어쩔 수 없는 불평등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경제성장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 나라를 찾아 나섰다는게 문 전대표측의 설명입니다.

부탄이 보여준 ‘행복정책을 통한 환경보호와 문화보전, 균형있는 사회경제발전’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서남 아시아의 작은 왕국 부탄이 보여주는 교훈을 깨닫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부탄, 그리고 네팔을 택한 걸로 해석됩니다.

● 네팔에선 ‘별난 부자’ 초드리 만나다
- “사회에서 축적된 부는 사회에서 쓰여야”

사진=초드리 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해 찾았다는 네팔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초드리 회장을 만났습니다. 초드리는 한국에선 보기 힘든 ‘별난 부자’입니다. 네팔 역시 1인당 국민소득이 약 7백달러 수준인 세계 최빈국에 속합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네팔은 이웃나라 부탄과 함께 국민 행복감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힙니다. 우리는 늘 중하위권에 머무르죠.

초드리 회장은 네팔인으로는 처음으로 2013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린 부호로 꼽히는데, 이재민들에게 무상으로 거처를 지어주고 있습니다.

라면왕이라 불릴 만큼 라면 사업으로 부를 일군 초드리는 네팔에 강진이 일어나자 사재를 털어 이재민들에게 가옥 1만채를 지어주며 사회 재건에 나섰다는데요.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280만 달러(한화 약 31억2300만원) 가량의 사재를 털었고, 추가로 1250만 달러 기부(약 140억원)도 약속했습니다. 재벌들의 독점이 이슈가 되는 한국 사회에선 재벌이 사재를 털어 사회를 재건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요. 초드리 회장은 “사회에서 축적된 부는 사회에서 쓰여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만남에서 문 전 대표는 초드리 회장이 네팔 참사 때 보여준 나눔과 공존의 사회공헌 정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한국의 기업과 부자들에게 사회공헌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초드리 회장은 문 전 대표에게 참사를 당한 네팔을 일부러 방문, 각별한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부탄의 교훈, 그리고 네팔 초드리 회장의 메시지가 언젠간 대한민국을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히말라야 트래킹 중 작년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난 그 날 그 시간에 태어난 아기를 찾아가 "어려움을 뚫고 태어났으니 무럭무럭 잘 자라서 100년은 건강하게 살라"고 덕담을 했다고 합니다./사진=현지 동행 한국인 페이스북 캡쳐
사진=현지인 페이스북 캡쳐
사진=현지인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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