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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SNS하려면 집 밖에서…쿠바의 진기한 광경

이렇게 편리하게 인터넷에 접속하는 우리와 달리 휴대폰이 있어도 집안에서는 통화만 하고, 메일을 보내거나 SNS로 채팅을 하려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쿠바인들입니다.

쿠바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주요 호텔이나 대학교 주변에서만 겨우 와이파이가 터지기 때문에 아직도 이런 진기한 광경이 펼쳐지는데요, 이달 초 쿠바를 다녀온 김우식 특파원도 한국으로 20초짜리 촬영 영상을 보내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로 반세기 이상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쿠바의 빗장은 이제야 서서히 열리고 있습니다. 김우식 특파원의 취재파일입니다.

지난 2011년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는 공산당 제1서기직에 취임한 직후 더 이상 사회주의 경제를 고집하다가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매년 7%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며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인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기본욕구 충족을 우선시하겠다고 직접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실시된 개혁안은 당시로써는 혁명에 버금가는 시도였습니다.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던 계획 경제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민간에 이양하기 시작한 겁니다.

가장 눈에 띈 건 자영업자 육성 방안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운수업과 주택 임대업, 식당, 이발소, 그리고 청소업과 수리업 등 3백 개에 가까운 업종을 민간이 영위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물론, 매출의 엄청난 몫을 국가에 세금으로 내야 하고, 한 번 정부 눈 밖에 나면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후 자영업 종사자들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50만 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5%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또 하나 획기적인 건 중고자동차와 주택 매매를 허용한 정책이었습니다. 과거엔 이런 자산을 소유하고 있어도 물물교환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로써 부동산 중개업자도 생겨난 데다 놀랍게도 쿠바 국민의 약 80%가 집을 갖고 있어서,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는 해외로 나가는 길도 열려 쿠바인들이 출국할 때 필요했던 출국 비자도 없앴습니다.

한편, 내국인들을 향한 개방정책뿐 아니라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일련의 대책들도 이어졌습니다. 재작년 도입된 '신외국인 투자법'은 사업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 아바나에서 45km 떨어진 마리엘에는 쿠바 최초의 발전 특구까지 만들어 여기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추가적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해 7월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쿠바를 찾아 항구와 골프장 공동 건설, 니켈 등 자원 구매, 또 통신망 개발을 위한 차관 제공 등을 약속했고, 미국도 네 차례에 걸쳐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했습니다.

이렇게 쿠바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혼재하지만, 여전히 주요 산업을 정부나 공기업이 직영하고 있고 국민들이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누리는 대신 대학을 나와도 평균 월급이 30달러 정도에 불과해 대부분 생계를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공산 국가입니다.

이제 막 일고 있는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쿠바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쪽으로 이뤄지길 쿠바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바라고 있을 겁니다.

▶ [월드리포트] 쿠바 르뽀 ② 빗장은 서서히 열고 있지만…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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