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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제를 탄생시킨 '1987년'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에서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졌습니다. 당시 정부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며 고문 사실을 은폐했지만, 박종철을 진료한 의사의 폭로가 나오면서 고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전두환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자는 시위가 전국에 들불처럼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씨는 1987년 4월 13일 개헌 논의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전 씨 발표 이후에도 시위대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6월 9일 연세대생 이한열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것을 기점으로 시위대는 점점 불어납니다. 학생은 물론 넥타이 부대까지 나서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친 6월 항쟁입니다.

6월 29일,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대선 후보 노태우는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8가지 시국 수습 방안을 발표합니다. 이른바 6.29 선언입니다. 1987년 10월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현됩니다. 하지만, 군사 정권 종식을 위한 수단이었던 대통령 직선제는 군사 정권의 연장으로 귀결됩니다. 김대중과 김영삼, 김종필 3김의 분열로 민정당의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된 겁니다. 6월 항쟁이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6월 항쟁 결과물인 9차 헌법.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규정한 9차 헌법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87년 체제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 5년 단임제를 규정한 9차 헌법에 대한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4년 만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에 취임한 정세균 의장이 앞장서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자 곳곳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등 방식도 여러가지입니다.

개헌 논의는 매 국회 초기에 제기됐다가 사회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경제적 시급한 현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개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결국에는 사그라졌습니다. 국회의장과 각 당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이번 국회에서는 어떨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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