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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신의 이웃 어르신들은 안녕하신가요?

노인학대 가해자 70%는 '가족'

[취재파일] 당신의 이웃 어르신들은 안녕하신가요?
경기도에 살고 있는 70살 A 할머니는 5년 전부터 아들, 딸과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이제 다신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게 마지막 통화이고, 딸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관할구청의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할머니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됐고, 이후 A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됐습니다.

A 할머니는 자식들이 야속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를 죽이는) 자식도 있지 않느냐"며, "그렇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현재 파지 줍는 일을 하며 월세 10만 원을 내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반지하에 집 상태가 열악해 주인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집으로, 보증금 없이 다달이 10만 원만 내고 살고 있는 겁니다.

A 할머니는 사실상 자식들로부터 '방치' 상태로, 이 경우 노인학대 사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웃들에게 아들과 딸이 자신에게 연락을 자주 한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밤 늦게 와서 자고, 새벽에 일찍 올라갔다"는 말로 둘러대곤 합니다. 아무리 자신을 찾지 않는다고 해도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차마 어디다 신고하거나 하소연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1,905건으로 이 가운데 3천8백여 건이 노인학대로 최종 판정됐습니다. 노인학대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학대 사례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학대 행위자는 아들(36.1%)과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순으로, 가족에 의한 학대가 70% 달하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고 쉬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흔히 노인학대라고 하면 요양시설에서 시설 종사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집에서 가족에 의한 학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대 행위자가 피해자 본인인 경우도 14.7%나 됩니다. 이를 '자기 방임'이라고 하는데, 자신을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사례를 뜻합니다. 자기 방임은 전년에 비해 34.3%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가족의 무관심과 오랜 생활고로 삶을 비관해 끼니를 잘 챙기지 않고, 제때 필요한 치료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포자기 상태로 생활하다가 자살 시도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방임'은 가족이나 타인에 의해 이뤄지는 학대만큼 심각한 문제이며,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합니다.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치우지 않으며, 다친 곳도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는 노인가구가 있다면 '자기 방임'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 부부 간 배우자 학대나 고령의 자녀에 의한 학대 등 이른바 '노(老)-노(老) 학대' 사례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노-노 학대'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둘 다 60세 이상인 경우를 뜻합니다. 나이 든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경제난과 스트레스를 부모에게 풀거나, 고령 배우자의 오랜 폭행이나 정신적 학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정 내에서 85.8%가 발생하는 노인학대는 '남의 가정사'라는 이유로 그동안 '쉬쉬' 돼왔습니다. 또 피해자 본인도 적극적인 신고를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보다는 '그냥 내가 참고 살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변의 신고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신고 의무자가 노인학대를 신고한 경우는 전체의 18.5%에 불과했습니다.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인과 119구급대원,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8개 직군을 신고 의무자로 지정했는데, 의무자의 신고율도 높지 않은 겁니다. 복지부는 이번에 신고 의무자 직군을 6개(의료기관의 장, 노인 돌봄서비스 종사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종사자, 성폭력상담소 등 종사자, 응급 구조사, 의료기사) 추가해 총 14개 직군으로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비신고의무자의 신고 건수가 81.5%에 달할 만큼 이웃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주변의 노인이 안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아픈 곳은 없는지, 표정은 어떤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일은 신고의무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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