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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체육회 실무자 "CAS의 박태환 판결 따라야"

[취재파일][단독] 체육회 실무자 "CAS의 박태환 판결 따라야"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 가능 여부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6월16일 대한체육회가 이사회를 통해 현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종 발표하자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박태환의 항소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르면 4-5일 안에, 늦어도 오는 7월8일까지는 판결을 내릴 전망입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6일 “CAS의 결정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만약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줘도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쉽게 말해 불복할 수도 있다는 뜻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식 발표와는 달리 대한체육회의 한 실무 관계자가 “CAS의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체육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듯한 정황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사정에 정통한 한 간부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한체육회 실무자가 박태환 항소건을 검토한 결과 CAS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 그 실무자가 이렇게 말하자 고위 간부를 비롯한 주위의 반응이 매우 차가웠다고 한다. 그래서 더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 실무 담당자가 CAS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판단입니다. CAS의 판결에 불복하는 것이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무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태환 문제에 밝은 국내 체육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박태환을 리우에 보내지 않을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중처벌은 대한민국이 유일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에게 징계 만료 이후에도 ‘이중처벌’을 내리는 나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206개 회원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것입니다. CAS가 2011년 10월 이른바 ‘오사카 룰’을 무효라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6항>에 대해 “세계반도핑규약(WADC)과 부합하지 않고 IOC 헌장 위반이다”고 판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CAS 판결에 불복하고 CAS 제소는 어불성설

만약 오는 8월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억울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겼을 경우 대한체육회가 제소할 곳은 CAS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가 7월에 CAS의 박태환 판결에 불복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CAS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다가 한 달 만에  CAS에 제소해 승소할 수 있겠습니까? 향후 엄청난 불이익이 올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입니다.  

3. CAS 판결 불복은 IOC 권위에 도전하는 것

CAS가 2011년 10월 ‘오사카 룰’을 무효로 판결하자 IOC는 자신들이 만든 조항을 지체 없이 삭제했습니다. CAS가 한국의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IOC 헌장>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IOC의 권위에도 도전하는 셈이 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이 <IOC 헌장>을 계속 위반할 수는 없습니다.

4. WADA 이사국이 WADA 규정 위반

CAS는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6항>을 ‘오사카 룰’처럼 ‘세계반도핑규약’(WADC)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게 거의 확실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반도핑기구(WADA) 이사국이고 내년 11월 강원도 평창에서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개최합니다. CAS 판결에 불복하면 WADA 이사국이 WADA 규정을 계속 위반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것밖에 안됩니다.

5. 대한체육회 자체 정관 위반

대한체육회가 CAS 판결에 따르지 않으면 이는 곧 자신들이 만든 정관마저 위반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현 대한체육회 정관은 반드시 <올림픽 헌장>을 준수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2조3항>은 “대한체육회 정관과 올림픽 헌장이 상이한 경우, 즉 서로 틀린 경우에는 올림픽 헌장이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제2조5항>에는 “체육회는 올림픽 헌장에 따른 세계 반도핑 규약(World Anti-Doping Code)을 준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한체육회 정관의 영문 번역본에는 “Must adopt, implement and comply”로 돼 있습니다. 즉 ‘반드시 세계 반도핑 규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6. 불복할 경우 CAS는 무용지물

대한체육회 정관 제65조(분쟁의 해결)를 보면 어떤 선수가 항소를 할 경우 오로지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할 수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만 항소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CAS는 스포츠 관련 중재 규정에 따라 분쟁을 명백하게 해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만약 대한체육회가 CAS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관 제65조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즉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자신들이 정관에 유일한 분쟁 해결 기구라고 정의해놓고 정작 스스로 무용지물을 만드는 모순을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7. 시간 끌 경우 국내외 웃음거리

만약 대한체육회가 CAS의 판결에 수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복하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끌면 어떻게 될까요? 쉽게 말해 스위스 연방법원에 제소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리우올림픽 최종 엔트리 마감 시한인 7월18일을 넘기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꼼수’를 쓸 경우 국내외에서 모두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됩니다. 중국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쑨양을 살렸는데, 대한체육회는 국제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끝내 박태환의 발목을 잡으려고 한다면 이를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대한체육회 실무자가 “CAS가 내린 판결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백번 지당합니다. CAS 판결에 불복하는 것이 한국 스포츠로서는 사실상 자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 수뇌부는 더 이상 아집을 부리지 말고 한 달 남짓 남은 리우올림픽 준비에 전념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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