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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고객님 머리가 너무 상해서…" 미용실의 독특한 계산법

[리포트+] "고객님 머리가 너무 상해서…" 미용실의 독특한 계산법
《저희 어머니는 항상 미용실 가실 때마다, 가게 문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고 미용실을 선택해서 들어가셨어요. 분명 커트 12,000원, 일반펌 35,000원이라는 가격을 보고 들어가셨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가 되면 미용실 측은 커트 15,000원, 일반펌 40,000원으로 가격을 올려버립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최저가격을 써 놓은 건지 아니면 카드 결제를 해서 수수료를 따로 부과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위 사연은 지난해 SBS 뉴스 보도국으로 온 제보로, 미용실 옥외가격표시 제도의 문제를 다뤄달라는 것입니다. 제보자인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임 모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당한 사례를 제보하며, 현행 미용실의 가격 표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성토했습니다.

분명히 미용실에 들어갈 때 표시가격을 보고 들어갔는데도, 나올 때는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되는 이상한 현실. 최근 한 미용실에서는 장애인으로부터 염색 비용으로 무려 52만 원을 받아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미용실 요금 논란이 커진 적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표시 가격과 실제 청구 금액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 계산할 때 털어놓는 '추가 요금'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원래 표시된 가격에 미용실 측이 다양한 이유로 ‘추가 요금’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 소비자단체가 여성소비자 1,000명을 상대로 미용실의 추가 요금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10명 중 2명꼴(20.4%)로, 사전에 고지 받지 않은 추가 요금을 요구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추가 요금을 요구받은 이유를 살펴봤더니, 가장 많은 사례는 바로 ‘특수 케어’ 였습니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상했어요.”
“지금의 모발상태로는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안 나와요.”

미용사는 머리카락을 손보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모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케어’가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추가 요금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먼저 알려 주지도 않습니다. 나중에 고객이 계산할 때, 금액에 의문을 제시하면 그때야 ‘특수 케어’에 대한 별도 요금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원래 가격보다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는 것이죠.

머리카락 길이 또한 추가 요금의 이유가 됩니다. 머리카락의 ‘기장’이 길수록 금액이 더 추가된다는 것이죠. 표시 가격은 기장이 귀밑이나 어깨, 가슴께 등일 때만 해당하고 그보다 길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뒤늦게’ 털어놓습니다. 

머리카락이 길면 약품 값도 더 들고 손이 더 간다는 게 이유지만, 미용실마다 추가 요금이 붙는 기장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고객으로선 혼란스러울 따름입니다. 서비스를 받은 마당에 낯을 붉히고 따지기도 애매하다 보니 고객 대부분은 결국, 추가 요금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1년부터 약 3년간 미용 가격 등으로 민원을 신청받은 건수는 1,600건이 넘었습니다.
● 미용업계 "미용서비스는 공산품이 아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미용업소에서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가격을 가게 안팎에 게시하도록 하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과 알 권리를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소비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미용실은 커트나 매직, 염색 등 각 서비스의 기본 가격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받을 때, 추가될 수 있는 비용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의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용업계는 미용 서비스가 마치 공산품처럼 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고객의 모발 상태나 헤어 디자이너의 경력과 실력 등에 따라 추가 요금이 들어갈 여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를 한정된 크기의 가격 고지 판에 일일이 표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기준을 두고 금액을 표준화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전문 기술을 요하는 작업인 만큼 초보와 20년 차 디자이너의 실력이 다르듯이 일일이 가격을 책정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도 말합니다.

[ 미용업계 관계자 ]
“고객의 머리카락의 상태나 길이, 시술 항목, 약품 종류, 디자이너의 경력 등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 대부분은 가격이 조금만 비싸다고 느껴지면 불만을 가집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미용실 측이 제시하는 가격표는 서비스 항목만을 두고 봤을 때의 금액이며, 고객마다 다른 모발상태를 고려하고,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충족시키려면 추가 금액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합니다.
● 단속 없는 법, 왜 만들었나?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3년째인데도, 관련 민원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법을 만들어놓고도 이를 잘 지키는지 단속이 없다는 것입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애매한 단속 기준을 이유로 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 ]
“이게 자장면이나 음식점처럼 단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염색약이라든지 이런 것도 뭐 천차만별이고 뭐를 사용하는 것도 아주 달라서 영업자의 영업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보는 부분도 있거든요.”

만약 영업권 침해 논란이 있는 현장 단속이 어렵다면, 최소 요금을 바깥에 붙이지 않는 행위같이 명백히 눈에 보이는 불법이라도 단속해야 할 텐데 이조차도 없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단속활동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미용업계에 퍼지고 있는 것이죠. 일각에선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단속활동을 방관하는 사이 소비자들이 요금을 미리 알 수 없고, 요금에 따른 선택권도 별로 없는 불리한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기자·김미화 작가 / 그래픽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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