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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0대 국회 가장 뜨거운 상임위, 기재위 해부

[취재파일] 20대 국회 가장 뜨거운 상임위, 기재위 해부
지난 13일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배정이 끝났다. 회사로 따지면 부서 배치, 학교로 따지면 반배치가 끝난 셈이다. 그럼 18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가장 '핫(HOT)'한 위원회는? 바로 국가 경제정책과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약칭 기재위다. 의원들의 면면도 헤비급이고, 위원회에서 앞으로 다룰 내용도 대선 이슈급으로 뜨겁다.

● 가장 '핫(HOT)'한 기재위 첫 회의…유승민-김부겸 등판

지난 21일 기재위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간사 선임을 겸한 상견례 자리였다. 여야 위원들 가운데 우선 눈에 띈 사람은 대구 출신의 새누리당 유승민, 더민주 김부겸 의원이었다. 경북고 출신의 4선 의원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누구보다 이번 총선을 힘들게 치러 화제가 됐던 인물들이다.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

유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 배제 이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기재위에 배치됐다. 불과 5일 전인 지난 16일 전격 복당 결정으로 무소속 몫인 끝자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 의원은 "8년 전 재정경제위에 소속됐다가 8년 만에 기재위로 왔다. 어제와 오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우리 기재위에서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느낀다. 열심히 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김부겸 의원은 야권 불모지인 대구에서 3전4기로 당선됐다. 상대는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로, 4.13 총선 시작부터 대권주자급의 격돌로 관심을 모았다. 김 의원 역시 사회적 대타협, 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 같은 굵직한 주제로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말문을 열었다. "어제와 오늘 교섭단체 대표들이 연설한 많은 내용이 어려운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지적해줬다. 기재위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드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누가누가 더 센가?'…여야 지도부 기재위 출동

유승민, 김부겸 두 사람 외에도 기재위원들을 보면 여야 모두 서로에게 인선에서 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당 지도부를 필두로 정통 경제 관료 출신 의원, 당권·대권 주자들까지 포진해있다. 전투력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른바 여야의 '주포(主砲)'들도 배치됐다. 여야가 서로 짠 듯이 1대1 대응을 이루는 구조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민주에선 김종인 대표가 기재위를 지원했다. 당 대표라는 무게감에 경제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첫 회의 전 '경제구조의 대전환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자'는 제목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거대 경제세력의 탐욕을 제어해야한다"며 재벌 개혁을 강조했고,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 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겠다"며 내년 대선을 겨냥했다. 김 대표 연설의 상당부분은 바로 기재위에서 다뤄질 현안과 직결돼있다. '선전포고'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새누리와 국민의당에서는 원내 지도부 서열 2위인 정책위의장이 기재위에 포진됐다. 재경부 차관을 지낸 김광림 의장은 3선의 의정활동 모두를 기재위에서 보내게 됐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18대 국회 기재위원에 한나라당에서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정책위의장 출신의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새누리당으로선 든든한 지원군이다.
총선 직전 더민주에서 새누리로 말을 갈아탄 뒤 당내 경선에서 기재위원장직까지 움켜 쥔 조경태 위원장도 주목 대상이다. 친정의 장단점을 요모조모 알고 있다는 그여서 더민주에게는 깐깐한 시어머니 이상의 압박감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좋은 분들을 모시고 상임위 활동을 하게돼 기대가 된다. 타협과 조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 원칙을 잘 수행해나가겠다. 최선을 다해서 모범 상임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회의를 이끌어야하는 위원장으로서 일단 말을 아끼고 아낀 셈이다.     

● 제대로 붙어보자…경제통 VS 당권·대권주자 '빅뱅'
새누리당 기재위원들
여야간 본격적인 대결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들과 경제 정책통들간에 벌어질 전망이다. 새누리에서는 기재위원장을 놓고 경쟁했던 3선의 이종구, 이혜훈 의원이 단연 눈에 띈다. 이종구 의원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이혜훈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상대를 압박하는 언변으로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기재위원들
더민주의 화력도 '난형난제(難兄難弟)'다. 4선의 박영선, 3선의 김현미 의원이 등판을 벼르고 있다. 박 의원은 경제 민주화와 이른바 재벌 구조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한 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김현미 의원은 19대 국회 기재위원과 간사를 맡았고, 20대 국회에서는 여성으로는 첫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았다.   

방패 역할을 하는 새누리당에서 관료 출신의 친박 의원들을 대거 배치한 점도 눈 여겨볼 부분이다. 초선인 추경호 의원은 기재부 1차관과 총선 직전까지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따끈따끈한 '전관(前官)'이다. 행자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 의원,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현재 의원도 배치됐다. 강성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종구, 이혜훈 의원과 대비되는 라인업인데 '불편한 동거'가 될지 아님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더민주에서는 친문 주류인 3선의 윤호중, 김태년 의원의 화력에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이고 치밀한 수읽기가 장점이며, 뜨거운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새누리 박명재 의원처럼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의원의 배치도 눈길을 끈다. 

기재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건 여야 당권·대권 주자들의 가세다. 새누리에서는 비박계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16대부터 내리 5선을 지냈으며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개혁소장파의 원조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으로 새누리당의 당권·대권 구도도 복잡해졌다. 

더민주에서도 김부겸, 송영길 의원이 기재위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총선 승리로 당권·대권 도전을 가시권에 뒀다. 송 의원은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갈수록 증가하는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장기화되고 있는 저성장기조, 빈부격차의 확대, 고령화 등 우리사회의 산적한 난재들을 풀어갈 슬기로운 정책 대안을 새로 구성된 기획재정위원회가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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