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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문체부, 리우올림픽 책임자 징계 요구

[취재파일][단독] 문체부, 리우올림픽 책임자 징계 요구
지구촌 축제인 2016 리우올림픽을 고작 한 달 여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올림픽 준비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의 징계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이와 함께 체육 단체 통합 과정에서 잘못을 범했다는 이유로 다른 간부들의 징계도 함께 요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대한체육회 국제협력본부장 A씨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후 대한체육회 감사실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마쳤다.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체육회 국제협력본부장은 오는 8월5일 개막하는 리우올림픽을 제1선에서 준비하는 총괄 책임자입니다. 아주 중요한 시기에 이런 핵심인사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럼 문체부는 왜 징계를 요구했을까요?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두 단체가 지난 3월 통합을 완료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제협력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잘못을 범했다고 문체부가 판단한 것 같다. 대한체육회 정관 승인을 둘러싸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이 일부 외부에 유출됐다. 문체부가 이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감사실의 조사 결과 내부 정보 유출에 국제협력본부장 A씨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또 다른 간부들도 통합과정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징계를 요구했는데, 이 역시 조사 결과 반드시 징계를 할 만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거나 ‘미운 털’이 박힌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체육회가 1명도 징계를 하지 않았을 경우 문체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고민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저는 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문체부 고위 공무원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이 일치하는 점을 고려하면 문체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체육회 고위간부들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대한체육회의 인사 난맥상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1월 자체 인사를 통해 국제협력본부장 A씨의 직급을 일반직 3급에서 2급으로 승급시켰습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뒤인 올해 3월 직급을 다시 3급으로 강등시켰습니다. 4개월 동안 인상된 월급도 도로 반납하게 했습니다. 다른 간부 몇 명도 똑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자신들이 승진시킨 사람들을 강등시킨 이유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승진 인사를 취소하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법률이나 규정을 뒤져봐도 정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 일반 직원의 승진을 시켜라 하거나 반대로 강등하라고 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한마디로 월권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대한체육회는 그 요구를 수용해 자신들이 승진시킨 직원들을 4개월 만에 다시 자신들의 손으로 강등시키는 굴욕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통합 대한체육회의 코미디 인사는 또 있었습니다. 출범 첫날인 지난 3월 21일에는 사무차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에 대한 인사 발령을 냈다가 하루 만에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백성일 평창조직위 경기국장(현 운영 사무차장)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으로 선임했다가 평창조직위가 강력히 반발하자 바로 취소해버린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보직 간부의 자리가 하루 만에 뒤죽박죽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체육단체 통합 과정부터 현 ‘박태환 사태’까지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는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한심한 행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예산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는 사사건건 간섭하며 이른바 ‘갑질’ 행태를 버리지 않고 있고 대한체육회는 무력하게 이에 굴종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승진했다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몇 달 만에 강등당한 것도 모자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징계까지 받을 처지에 놓인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가 리우올림픽 준비를 열심히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현재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고 문체부에 대해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통합 대한체육회가 출범 이후 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는지 체육회는 물론 문체부도 뼈저린 각성을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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