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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혼혈인'의 활약과 차별…10년 뒤 한국도?

[월드리포트] 일본 '혼혈인'의 활약과 차별…10년 뒤 한국도?
지난주 일본 닛칸스포츠 1면입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 데뷔한 루키 '오코에 루이' 선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나이지리아인, 어머니는 일본인으로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지난해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스타로 떠오른 뒤 드래프트 1위로 프로구단 라쿠텐에 지명됐습니다. 타율은 0.200(20일 현재)에 불과하지만, 일본 언론은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만큼 방송 인터뷰에선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더군요.
일본 혼혈 육상대표 사니 브라운 압둘 하킴
오는 8월 브라질 올림픽에 나서는 일본 육상 대표 '사니 브라운 압둘 하킴' 선수입니다. 외국 이름이지만, 국적은 일본입니다. 주종목은 단거리 100미터와 200미터. 일본 후쿠오카에서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일본 육상 사상 최연소 대표선수입니다. 오코에처럼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습니다.
일본 혼혈 연예인 '베키'
이처럼 일본에선 수많은 혼혈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귀화인이 아니라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방송 연예계에는 아예 '하프(Half) 모임'이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불륜 사건에 휩싸였던 가수 겸 탤런트 베키(위 사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는 영국-일본 이중 국적으로 있다가 20살 때 일본 국적을 선택했습니다.
일본 혼혈 연예인 '로라'
위 사진의 가수 겸 모델 로라(방글라데시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도 인기죠.
일본 혼혈 방송인 '웨츠 에이지'
인기 방송인이자 배우인 웨츠 에이지(미국인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는 시사프로그램부터 예능까지 두루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네덜란드계)와 사와지리 에리카(프랑스계), 아나운서 타키가와 크리스탈(프랑스계)도 자주 나미오더군요.
일본 혼혈 뉴스앵커 '타키가와 크리스탈'
지난해에는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에 혼혈인 미야모토 아리아나(아래 사진)가 선발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미스 유니버스 일본대표 '미야모토 아리아나'
이 밖에도 제가 모르는 혼혈 스타들도 많을 겁니다. 이들의 장점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만큼 언어는 물론, 일본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나운서 타키가와(위 사진)의 경우 2013년 IOC위원회에서 프랑스어로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극진한 손님대접)를 일본인보다 더 훌륭하게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스포츠와 예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수준으로 일본 사회의 주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혼혈 스타가 많은 건 그만큼 국제결혼도 많다는 것이죠. 확실히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국제결혼에 좀 더 우호적인 듯합니다. '세계 속 일본인 부인'(위 사진/TBS 방송)라는 방송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국제결혼을 하는 일본 여성은 연간 7천 명, 해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부인은 약 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의 국제결혼은 2014년 기준으로 2만1천130건입니다. 전체 성혼 건수의 3.3%입니다. 1970년 5천546건에서 꾸준히 늘어나 2006년엔 4만4천701건까지 늘었습니다. 이후 조금씩 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1년 5천12건이었군요. 2005년 4만3천121건으로 최고치까지 올라갔다가 지난해 2만1천300건으로 줄었습니다. 일본과 비슷한 증감을 보이고 있네요. 두 나라의 인구 차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비율이 더 높을 듯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본 만큼이나 혼혈인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일본도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에 대해선 더욱 심합니다. 2013년  다큐멘터리 '하프'는 일본 내 혼혈인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회 곳곳에서 혼혈인들의 활약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혼혈인 스스로도 '하프 재패니스'( www.hafujapanese.org)라는 단체를 만들어 각종 차별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본만큼이나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혼혈인들의 상황은 어떨까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단일민족 국가라는 생각이 강해 혼혈인에 대해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 커가고 있는 혼혈 어린이들이 부모의 국적이나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른으로 성장한 국내 혼혈 어린이들이 몇 년 뒤에는 일본처럼 사회 전면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 다문화 학생 수가 8만 명을 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이들이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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