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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계 안팎의 '귀신'들, 실체는?

[취재파일] 영화계 안팎의 '귀신'들, 실체는?
▲ 영화 '컨저링2' 스틸컷

때 이른 더위가 극성입니다. 더위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공포영화를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엔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공포영화를 자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공포영화는 여름에 봐야 제 맛이라는 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넓게는 다 공포영화지만, 공포영화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예전엔 도끼나 톱 같은 무시무시한 도구가 수시로 등장하고 피냄새가 진동하는 '13일의 금요일' 류의 공포영화가 주류였습니다. 최근엔 초자연 현상을 다룬 공포영화들이 대세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최근 박스 오피스 선두그룹을 질주하고 있는 '컨저링 2'입니다. 할리우드의 젊은 천재로 불리는 제임스 완 감독의 작품으로, 2013년 국내에서 230만 관객을 모았던 '컨저링'의 속편입니다. 잔인한 장면 없이 무섭기 때문에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 영화 속 초자연 현상의 대표주자, '폴터가이스트'

도끼와 톱을 밀어낸 컨저링의 무기는 '폴터가이스트'로 불리는 초자연 현상입니다. 폴터가이스트는 독일어로 '시끄러운 귀신'이라는 뜻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물건이 날아다니고 이상한 소음이 들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집안의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이고 사람이 붕붕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1977년 영국 언론에도 소개됐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영화 말미엔 당시 11살 소녀의 입을 통해 나온 소리를 녹음한 것이라는 자막과 함께 괴기스런 남성의 육성이 공개되기도 합니다.
 
컨저링 이전에도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포영화의 주요 소재였습니다. 1982년엔 아예 그 현상 자체를 제목으로 내세운 '폴터가이스트'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 촬영장의 '귀신'들?

스크린 속 얘기만이 아닙니다. 영화계에선 종종 촬영장에 실제로 귀신이 등장했다는 얘기가 돌기도 합니다. 가끔은 심지어 '증거'까지 공개되는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공개된 영화 '곡성' 촬영장에서 찍힌 사진들이 그렇습니다.
'곡성' 양수리 촬영장의 천장 조명등 (원본)
'곡성' 양수리 촬영장의 천장 조명등 (확대)
두 번째 사진의 가운데 부분을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처럼 보이는 이상한 형체를 찾으셨나요? '곡성' 촬영 중 양수리 촬영장에서 실제 카메라에 담겼다는 장면입니다.
 
곡성 제작진이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날 첫 번째 사진 왼쪽 상단 구석의 조명등 하나가 이유 없이 계속 흔들렸습니다. 이상해서 카메라로 그 부근을 촬영했는데, 사진을 확대했더니 뭔가 알 수 없는 형체가 드러났다는 설명입니다.
 
● 영화계의 '귀신'들, 조작? 우연? 실제?

이처럼 스크린을 넘나드는 '귀신'의 실체는 뭘까요? 홍보를 위한 조작일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실제로 포착된 '귀신'일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 싱거운가요? 그렇다면 한 가지 단서를 더 붙이겠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해 취재하던 중 한 물리학과 교수님과 통화가 됐습니다. '귀신'으로 대표되는 초자연 현상들에 대한 현대 과학계의 공식 입장은 이랬습니다. "과학의 영역 밖의 일이다."
 
이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사실이냐 아니냐를 말할 수 없다'입니다.
 
실제 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 폴터가이스트 현상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조작으로 드러난 것들도 없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상당수는 원인은 설명할 수 없지만 조작의 증거 역시 확인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자연과학이 아닌 심령과학이나 초심리학 영역에선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존재와 연관시켜 설명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초기 심령과학자들은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인간의 염력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했습니다. 최근 초심리학에선 인간의 의식이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 '귀신', 에너지, 그리고 집단 의식

아래 그래프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이 1998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글로벌 컨셔스니스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전 세계 수십 개 국에 설치된 연구진의 컴퓨터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2001년 9월 11일 08시 45분과 10시 30분에 그래프가 급격히 치솟은 게 보입니다.
9·11 테러 당시 숫자 생성기 편차 분석
그래프는 똑 같은 확률로 1초에 200개씩 0또는 1의 숫자를 만들어 내도록 설계된 숫자 생성기의 데이터 편차를 기록한 것입니다. 2001년 9월 11일은 911 테러가 발생한 날입니다. 그래프에 표시된 8시 45분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물에 비행기가 충돌한 시간이고, 10시 30분은 비행기와 충돌한 건물이 결국 무너져 내린 시간입니다.
 
연구진은 1998년부터 이 숫자 생성기를 컴퓨터에 설치한 뒤 데이터를 계속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를 분석했더니 평소엔 0 또는 1이 나오는 비율이 50대 5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큰 이벤트가 발생할 땐 이 편차가 급격히 치솟았습니다.
 
911 테러만이 아닙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같은 사건사고 때는 물론,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장례식, 가톨릭 교황의 즉위식, 해가 바뀌는 매년 12월 31일 밤 등 큰 이벤트 때도 비슷한 그래프가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그래프들이 인간의 의식이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감정이나 경험을 공유할 때, 이 '집단 의식'이 어떤 힘을 만들어내고 그 힘에 의해 숫자 생성기들이 집단 오류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그래프 이외의 다른 과학적 입증 자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그 동안 세계 수많은 언론에 보도돼 주목 받았습니다.
 
● "절대 현혹되지 마라" vs "의심하지 마라"

어떤 이는 '귀신' 얘기는 말 그대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일축합니다. 그저 오락영화의 소재일 뿐 비과학적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과학계의 입장을 통해 보면 '비과학적'이라는 것이 곧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곧 사실이라는 반증도 아닙니다. 그러니 결론은 여전히 '모른다'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적어도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은 초자연 현상을 '귀신'과 연관 짓는 쪽이나 이를 반박하는 쪽이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2시간 넘게 누가 귀신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영화 '곡성'은 관객들에 "절대 현혹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의심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현혹되지 말라는 말은 믿지 말라는 얘기인데, 의심하지 말라는 얘기는 믿으라는 얘깁니다. 도대체 어느 말을 믿어야 할까요?
 
결국 '귀신'이나 '초자연 현상'도 비슷한 게 아닐까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모호함이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무엇. 중요한 건 관객들에겐 그저 영화 속 소재지만, 실제 학계에선 이미 적지 않은 분야에서 이런 현상들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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