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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은 무죄…마녀사냥이었나

와일드캣, 지난 13일 김해 공항 도착
헬기 8대 도입하면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차기 해상작전헬기 영국제 와일드 캣은 지난 2013년 가을부터 "대잠(잠수함) 임무시간이 38분에 불과하다"는 등 근거 박약한 비난을 받기 시작했고, 이를 밑불 삼아 방산비리 합수단은 도입 과정을 저인망식으로 수사했습니다. 군인 여럿이 옥살이를 했고 지금도 '방산비리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군의 신뢰는 끝 모를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와일드 캣은 지난 13일 김해공항을 통해 1차분 4대가 들어왔습니다. 해군이 제조사가 있는 영국 현지에서 수락 검사를 실시한 결과 디핑 소나를 장착한 상태에서는 3시간 이상, 디핑 소나와 어뢰 1발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2시간 이상, 디핑 소나와 어뢰 2발을 장착한 상태에서는 1시간 이상 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 작전 요구 성능 ROC를 너끈히 통과했습니다. 사방 370km를 손바닥 보듯하는 능동위상배열 AESA 레이더도 장착됐습니다. '대잠 임무시간 38분'은 음해에 이용된 근거 박약한 일개 주장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언컨대 와일드 캣은 무죄입니다. 과거 정권이 대선공약 사업에 돈을 퍼붓느라 해상작전헬기 예산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8대 사들이라는 1차 사업비는 6천억 원이 채 안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해상작전헬기인 미국의 MH-60R 시호크는 1대에 1천500억 원 정도 합니다. 1차 사업비로는 시호크 4대도 못 삽니다. 군인들은 "돈 없으니 사업 못한다"고 복지부동해도 됐을텐데, 반토막 예산과 8대 도입 계획에 맞춰 와일드 캣을 선정했습니다. 그들의 죄는 복지부동 안한 것입니다. 굳이 책임져야 한다면 예산 줄인 자들의 몫입니다.
와일드캣 해군 진해기지 도착
● 와일드 캣의 대잠 능력은 38분? 24분?…"무지한 음해"

2013년과 2014년 가을,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는 와일드 캣의 대잠 임무시간이 38분에 불과하다는 한 국회의원의 자료가 돌았습니다. 와일드 캣의 최대 체공시간은 78분이고 디핑 소나와 어뢰 2발, 승무원 3명, 무장 장착대 등 임무 장비를 모두 장착하면 작전시간은 38분으로 줄어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뢰는 1발밖에 탑재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 주장은 작년 와일드 캣 수락검사에서 와해됐습니다.

한 유력 매체는 한발 더 나아가 작년 12월, 단독 보도라며 <잠수함 잡는 와일드 캣, "작전 가능 시간 24분">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군사 전문가의 인터뷰까지 실어서 와일드 캣의 최대 작전시간을 24분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완벽한 엉터리 기사입니다. 24분은 와일드 캣이 아니라 현재 해상작전헬기인 링스의 성능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 봄에 또 '38분 유령'이 살아나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중형급' 헬기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잠 임무시간이 와일드 캣은 38분인데 반해 대형인 시호크는 3시간 20분이고 중형인 국산 수리온도 2시간 19분에 달한다는 기사가 여럿 나왔습니다. 2차 사업은 수리온 해상작전헬기를 12대 들이자는 기사입니다.

하지만 해상작전헬기 수리온은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수리온의 대잠 임무시간 2시간 19분의 근거는 뭘까요? 38분처럼 실체가 없습니다. 수리온을 그렇게 만들어 보겠다는 제작업체의 소망입니다. 와일드 캣 대잠 임무시간 38분, 24분도 그런 그들의 소망일뿐입니다.

와일드 캣이 디핑 소나를 바다로 내리고 올리는 릴링 머신의 작동 속도도 문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릴링 머신 속도가 마치 ROC인 것처럼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해군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와일드 캣 제조사의 계약 담당자가 불쑥 제안한 사안입니다. 어찌 됐든 제조사는 계약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방위사업청은 헬기 가격을 100억 원 이상 깎았습니다.
와일드캣 해군 진해 기지 도착
● "비리 없는 방산비리 사건"

해상작전헬기 1차 8대 사업비는 정확히 5천890억 원이었습니다. 그 돈으로는 세계 최고 해상작전헬기인 시호크 8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꿉니다. 최선(最善)을 선택할 수 없다고 해서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차선(次善)을 택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와일드 캣입니다.

검찰 최고의 칼잡이들이 모였다는 방산비리 합수단이 밤낮없이 뒤졌지만 와일드 캣 도입 실무를 책임 진 군인들의 금품수수 혐의는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금품을 안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합수단은 1차 사업비 5천890억 원을 방산비리로 증발한 돈처럼 꾸며 수사 실적이라고 발표하곤 했습니다.

김양 전 보훈처장은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혐의로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 전 처장은 와일드 캣 제조사의 고문이었습니다. 한 세미나 점심시간에 해군 관계자에게 와일드 캣이 좋다고 말한 것이 죄라고 검찰은 규정했습니다. 금품을 준 것도 아니고 그저 말로 자기 회사 제품을 홍보했을 뿐입니다. 자기 회사 제품 헐뜯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잖습니까.

최윤희 전 합참의장도 답답한 노릇입니다. 2013년 최 전 의장의 아들은 사업을 한다며 투자처를 찾아 다녔습니다. 이때 최 전 의장의 식구가 아들을 무기중개상 함태헌씨에게 소개했습니다. 최 전 의장의 아들은 함씨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했고 함씨로부터 선 투자금조로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함씨는 합참의장 아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꺼림칙해서 열흘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그동안 최 전 의장 아들은 500만 원을 사용해버렸습니다. 함씨가 최 전 의장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면 안주면 안줬지 이처럼 줬다가 빼앗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최 전 의장은 대부분 군인들이 그렇듯이 식구들이 하는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 의장의 죄라면 가족 건사 철저하게 못한 것입니다.

합수단이 밝혀낸 수상한 돈은 최 전 의장 아들이 써버린 500만 원이 전부입니다. 500만 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사업비의 0.001%도 안됩니다. 헬기는 멀쩡하게 들어왔습니다. 군인들이 뒷돈 받고 엉터리 헬기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와일드 캣 방산비리 사건의 전모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와일드 캣 도입에 관여한 군인들의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돈 받고 와일드 캣 도입한 것으로 혐의가 입증되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리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오면 그동안 마녀사냥을 벌인 세력들은 어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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