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가짜 손가락 만들어 지문인식 하다니…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

2014년 6월 27일 오후 9시 충북도청 직원 A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154%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경찰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처된 A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도청 사무실을 찾아가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찍었습니다.

음주 교통사고를 낸 와중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직업 본능'이 발동한 것입니다.

이 공무원은 그러나 작년 11월 해임된 경북의 소방공무원 2명에 비하면 양반이었습니다.

이들은 실리콘으로 만든 자신들의 손가락 본을 부하 직원들에게 주고 야근을 한 것처럼 지문 인식기에 체크하도록 해 각각 300만원대를 챙겼습니다.

제주에서는 작년 7월 자신들의 근무처가 아닌 다른 곳의 출·퇴근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인식, 야근 시간을 조작한 공무원 12명이 해임됐습니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B경감은 지난해 2∼5월 사무실에 있으면서 순찰 현장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시간 외 초과근무 수당 110여만원(107시간)을 받아 챙겼습니다.

자체 감찰 결과 B경감 외에도 교통순찰대 소속 대원 28명이 같은 방법으로 최소 3시간에서 최대 42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3∼2014년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을지훈련 기간 비상근무자 354명이 무더기로 하루 4시간씩 모두 1천438만4천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으로 챙겼다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충북도와 11개 시·군에서 초과근무 수당으로 지출된 액수는 2013년 336억원, 2014년 365억원, 지난해 374억원으로 해마다 수십억원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은 많아졌는데 인원은 늘지 않으니 초과근무하는 공무원이 늘었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지만 시민단체의 시각은 다릅니다.

충북에서 공무원 수가 가장 적은 증평은 읍·면도 2곳밖에 안 되는 전국적인 초미니 지자체입니다.

지난해 증평군의 초과근무 인원은 4천29명, 이웃한 단양 4천779명인데, 지급된 수당은 증평이 6억원이나 더 많은 13억원이었습니다.

증평 공무원들의 초과 근무 시간이 단양 공무원들보다 배 이상 많았는데, 평소 두 지자체 업무 처리량이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단양의 업무가 더 많다는 점에서 충북 참여연대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10년 전 카드 체크기에서 지문 인식기로 교체한 지자체들은 정맥 인식기로 한 차원 높은 시스템 교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CC(폐쇄회로)TV를 활용해, 직원들이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초과근무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더라도 근무의 질적 수준까지 파악할 수는 없는 만큼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서로 아는 처지에 야박하게 굴 수 없어 적당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지자체 자체 감사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어 상급 기관의 정례적인 감사나 지방자치단체 간 교차 감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근무 여건 개선이나 업무 생산성을 높여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최영출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초과근무가 1년 내내 일반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선진국의 경우 낮 시간대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재난 발생과 같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아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말 일손이 부족해 초과근무를 하는 것이라면 조직 진단을 통한 인력 재조정이나 충원으로 해결해야지 초과근무를 시키고 믿지를 못해 첨단장비를 동원, 감시한다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