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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의 나라 몽골, 세 단어를 조합한 혁신적 주소체계 첫 도입

지구의 모든 땅과 강과 바다를 57조 개의 작은 조각으로 나눠 조각마다 영어 단어 3개를 조합한 주소를 배정한 혁신적인 주소체계가 국가 단위에선 처음으로 몽골에서 채택, 시행됩니다.

지난 2013년 영국의 사회적 벤처기업 `왓쓰리워즈'가 들고나온 '세 단어 주소' 체계는 지구표면 전체를 가로 3m, 세로 3m, 면적 9㎡의 정사각형 조각으로 잘라 영어사전에 나오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3개씩 조합해 주소를 정한 것입니다.

이 주소체계에 따르면 청와대 주소는 'battling.cookery.sloping'이고, 백악관은 'sulk.held.raves'입니다.

각 단어는 사전상 뜻을 가졌지만, 주소지의 어떤 특성을 반영하도록 고른 게 아니라 단어배정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적으로 선정·조합됐습니다.

청와대가 북악산 자락에 있다고 해서 'sloping'(경사진)이 주소에 들어간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w3w는 현재 영어판 외에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 등 8개 언어판을 만들었는데, 계속 다른 언어판도 제작할 계획이기 때문에 한국어 사전에 들어있는 한국말로 된 세 단어 주소도 등장할 전망입니다.

영어판 주소가 'battling.cookery.sloping'인 청와대의 스페인어판 주소는 'pedirle.promete.darse'이지만, 모두 인공위성을 통한 GPS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지도에서 같은 장소를 가리키게 돼 있다고 w3w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설명했습니다.

이 주소체계를 개발한 취지가 체계적인 주소를 갖지 못한 전 세계 40억 명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몽골 같은 나라가 시도해보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포린 폴리시는 몽골 우정 당국이 오는 8월 1일 자로 세 단어 주소체계로 전환키로 했다고 전하면서 "농촌 지역은 물론 수도 울란바토르의 우편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몽골은 세계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희박한 나라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인구의 30%는 여전히 광활한 대지에서 초지를 따라 떠도는 유목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우편물을 받아보려 해도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우편함까지 가야 하거나 그마저도 불가능해 우편 혜택을 아예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마저 아직 길 이름이 없는 도로가 많고, 많은 사람이 지정된 주소를 갖지 못한 임시거처에 살고 있습니다.

"몽골 정부는 w3w의 주소체계를 통해 주소체계의 완전 디지털화로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 한다. 그들은 이를 새로운 주소체계로 번에 도약하는 길로 생각하고 있다"고 w3w 관계자는 포린 폴리시에 설명했습니다.

몽골의 새 주소체계가 정착하면 단순히 우편물을 보내고 받아보는 편리함을 넘어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w3w 관계자는 "주소체계의 민주화는 번듯한 가옥에 살든 텐트 같은 임시거처에 살든 주소가 없어서 투표에서 배제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거나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서비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소라는 '행정·법적 정체성'이 없으면 그곳에 살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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