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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플랫폼에서 뉴스를 보는 시대, 언론사는 무엇으로 사나

[취재파일] 플랫폼에서 뉴스를 보는 시대, 언론사는 무엇으로 사나
"미국인이 뉴스 앱을 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분입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을 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4분입니다. 페이스북 하나가 언론사 앱 다 합한 것의 무려 10배죠."

영국 런던에서 지난달 23일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세계 총회 행사장. 하버드대학교 니먼펠로우 소속 그레고즈 박사의 이 말에 관객인 미디어업계 종사자들 표정이 잔뜩 굳었다. 그리고 이어 나온 그레고즈 박사의 이 말에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페이스북은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언론이 됐어요. 더 놀라운 것은 기자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고서 최고가 됐다는 거죠."

미국, 유럽 등 서구권 언론사들 역시 페이스북 등 거대한 플랫폼 때문에 골치다. 독자들은 무언가 새로운 뉴스를 보려고 할 때 언론사 대신 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주로 찾는 습관이 갈수록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한 뉴스플랫폼이 여럿 있는 국내 언론사의 미래는 더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거대 플랫폼이 미디어 시장의 콘텐츠를 집어삼키는 시대. 이렇게 대중이 플랫폼만 기억하고 언론사를 잊어 버리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언론사는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결국 언론사는 무엇으로 존재하나?
미국의 신생언론 복스미디어는 이 질문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연사로 나선 조나단 헌트 복스미디어 부사장은 이 시대 언론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라고 단언했다.

IT전문매체인 버지 등 7가지 브랜드를 갖고 있는 복스미디어의 브랜드 정체성은 한 마디로 독자들의 비명인 '젠장 이게 뭔 소리야(WTF PROBLEM)'에서 출발했다. 워싱턴포스트 출신의 정치전문 저널리스트가 창간한 이 매체는 사람들이 뉴스를 볼 때 자주 하는 3가지 반응에 주목하자는 철학을 갖고 있다.

1) 이게 대체 뭔 소리지?
2) 왜 그게 중요하다는 거지?
3) 그래서 나랑 뭔 상관이지?

사실 전통언론의 스트레이트 기사 구성은 새로운 속보부터 전하고 뒷부분에 그 맥락에 대해 살짝 덧붙이는 식이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독자나 시청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위 3가지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기존 전통과 권위를 중시한 나머지 기존 기사작성 방식을 고집하는 사이 복스미디어는 역으로 소비자들이 답답해하던 곳을 파고들기로 하고 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은 것이다.

복스미디어는 독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생활과 밀접한 IT, 음식, 게임 등 분야별로 7개 브랜드를 세팅하는 데 성공했다. 질의응답 방식의 카드스택이라는 새로운 포맷도 선보였고, 빠른 내레이션과 모션그래픽으로 사건의 배경과 맥락을 해설해주는 독특한 동영상 형식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세팅한 브랜드 아래 고품질 뉴스 콘텐츠를 제작해 페이스북,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 최대한 확산하는 것이 복스미디어의 분산 콘텐츠 전략이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페이스북에서 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사 웹사이트로 유인하는 하이퍼링크를 올리는 데 치중한다. 복스미디어는 다르다. 이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플랫폼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동일한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올릴 때,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 텀블러에 올릴 때 각각 다르게 편집해 콘텐츠를 플랫폼에 최적화시킨다. 자사 웹사이트로 데리고 들여오려는 노력보다는 각각의 플랫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는 전략이다.

독자가 만족하면 브랜드를 좋아하게 될 것이고 어느 플랫폼에서든 복스미디어의 브랜드를 쫓는 독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거다. 결국 복스미디어는 정체성이 확고한 브랜드를 세팅한 뒤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여러 플랫폼에 최적화에 최대한 확산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식하게 했고, 이로써 강력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복스미디어는 현재 버즈피드와 함께 가장 성공한 신생 미디어로 손꼽히고 있다.

SBS의 스브스뉴스, MBC의 엠빅뉴스, 조선일보의 선이 등 국내 언론사들도 다양한 온라인 전용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독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맥락을 제대로 이해시키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세팅한 복스미디어처럼 국내 언론사들도 자사 브랜드에 독창적인 철학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일까? 젊은 세대를 겨냥해 참신한 뉴스를 전하기 위해 만든 스브스뉴스도 정체성과 철학을 보다 구체화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래야 브랜드가 더욱 소구력이 있게 될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국제 뉴스미디어협회 세계총회에 참석해 여러 언론사의 미래 전략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복스미디어 조나단 헌트 부사장의 이 말이다.

"브랜드를 사랑하면 사람들은 브랜드가 있는 곳이 어디든 찾아가게 돼 있습니다. 좋아하는 레스토랑을 어떻게든 찾아가는 것과 같죠.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지금은 언론사가 그 어느 때보다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 혹시라도 평소 스브스뉴스를 접해보신 독자 여러분이 계시다면, 아래 댓글에 스브스뉴스의 브랜드에 대해 솔직히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키우는 것이 좋을지 의견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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