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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6명이서 6,167원씩 각자 결제해달래요!"…더치페이 반대, 왜?

[人터뷰+] "6명이서 6,167원씩 각자 결제해달래요!"…더치페이 반대, 왜?
《 최근 20, 30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먹은 밥값을 각자 계산하자는 ‘더치페이’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누가 계산할지 서로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반가운 문화입니다만, 식당 업주로서는 애로 사항이 많습니다.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각자 계산’을 요구하면, 결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손님과 각종 실랑이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차라리 손님과 다툴 바에, 각자 계산하려거든 오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식당도 있습니다. 과연 왜 그들은 더치페이를 그토록 반대하는 것일까요? SBS 취재진은 먼저, 서울 회기동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 사장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 기자: 카드 결제로 ‘더치페이’하는 손님들이 많나요?

▶ 중국음식점 사장:

많아졌죠. 두 분이 더치페이면 그냥 빨리해 드려요. 어떤 때는 카드 4장까지. 뭐, 4장까지도 상관없어요. 그런데 4명이 왔는데, 카드 5장을 내미는 분도 있고요.

▷ 기자: 카드 5장이면 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걸요?

▶ 중국음식점 사장:

단체 손님으로 여섯 분이 오는 경우도 많아요. 여섯 분 오면 테이블 2개를 붙여 드려요. 짬뽕 2개에 탕수육 큰 것, 군만두를 추가로 시키시죠. 다 드시고는 각자 계산해달라고 합니다. 여섯 분이 식사 계산을 해보면요, 군만두하고 탕수육 29,000원에 8,000원 더하면 총 37,000원이잖아요? 이걸 6등분 해달라고 그럽니다. 6,167원이죠? 그러니까 6,167원씩 각자 카드로 긁어달라 하시죠.
▷ 기자: 그럼 6,167원씩 6명을 차례로 결제해주셨어요?

▶ 중국음식점 사장:

처음엔 다 해 드렸어요. 그렇게 몇 번 해보고 나니 너무 힘드니까, 각자 계산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놨습니다. 그런데 손님 대부분 생각하시는 게 내 돈 내고 먹는데 왜 더치페이를 막느냐는 식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일수록 더 심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사회생활을 많이 하셔서 대인관계가 원활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하면 이해를 해주십니다. 그럴 땐 제가 오히려 송구스러워서 각자 계산을 해 드립니다. 문제는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정도의 손님들이죠. 그런 분들은 내가 내 돈 주고 먹는데 ‘왜요?’가 먼저입니다.

▷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각자 계산을 원하는 손님들의 잘못인가요?

▶ 중국음식점 사장:

그건 아니죠. 다만, 장사하는 100집이 있으면 100집이 다 틀리지 않습니까? 100집이 있으면 저도 제 나름의 경영 방식이 있는 거죠. 손님마다 권리 이야기하는데, 그럼 제 권리는 어떻게 합니까? 저도 손님한테 해줄 도리는 다 합니다. 어차피 서비스 직업인데 이왕이면 다 해 드리려고 노력하죠. 그러나 손님과 업주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선을 넘어버리면 한쪽이 무너지지 않습니까? 저는 분명히 각자 계산을 자제해달라고 얘기했는데도 나갈 때 “각자 계산해주세요.”, “N 분의 1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어떡하나요.

▷ 기자: 역지사지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달라, 그런 말씀인가요?

▶ 중국음식점 사장:

네, 종업원 한 명 두고 장사하는 처지에서 바쁠 땐 테이블 위 그릇 치우기조차 어렵습니다. 요즘 일하는 사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죠. 평상시에는 요리하기도 바빠요. 음식이 즉석이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게 전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돈 있으면 내가 왕이다, 그러니 무조건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된다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죠.

▷ 기자: ‘더치페이 자제’ 문구를 붙여놓으면 떠나는 손님들은 없나요?

▶ 중국음식점 사장:

네, 있기는 한데 하지만 저도 문구를 붙일 때 생각을 되게 많이 했죠. 제 아내한테 물어보고, 주위에 지인들한테 물어봤습니다. 모험이 아니겠느냐, 곰곰이 생각했는데 하나를 얻게 되면 하나를 잃게 되잖아요. 제가 그냥 제 판단 기준에서 그렇게 한 거죠. 

《 중국음식점 사장은 더치페이 결제를 요구할 때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바쁜 업주 처지에, 원 단위까지 N 분의 1을 계산해서 결제해주기에는 벅차다는 것이죠. 일부러 해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해줄 수 없는 여건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특히 바쁜 점심시간의 더치페이 결제는 손님 입장에서는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안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더치페이 불가’ 방침을 내건 여의도 국밥집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 기자: 더치페이 결제해주면 문제가 많다고요?

▶ 국밥집 사장:

여기 여의도는 점심이 되면 사람이 미어터져요. 7~8명이 단체로 밥 먹고 우르르 나와서 각자 결제해달라고 합니다. 결제하는 동안 또 다른 팀이 나오죠. 그러면 계산대 앞은 아수라장이 돼서 운영할 수가 없어요. 누구 한 명이 더치페이 하자고 카드를 내놓으면 군중 심리에 떠밀려서 너도나도 카드를 내놓죠. 그러면 자연히 결제하려는 줄이 길어지고, 기다리다가 결제 안 하고 가버리는 손님도 엄청 많아요. 

▷ 기자: 결제를 안 하고 그냥 간다고요?

▶ 국밥집 사장:

많아요, 많아. 그러니까 제가 힘들어 죽겠어요. 내가 가뭄에 뭐 콩 나듯 각자 결제를 요구하면 다 해주죠. 요즘 직장인들은요,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 어디 넣는지 몰라서 찾는 데만 3분, 4분이 걸려요. 그러다가 다른 팀이 나오고, 저기서도 나오고 아수라장이 되면 다 도망가버립니다.

▷ 기자: 황당하시겠어요?

▶ 국밥집 사장:

허허, 그것뿐인가요? 각자 결제하겠다고 8명이 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은 잔액이 없다고 나와봐요. 그런 친구는 다른 카드를 꺼내도 전부 잔액이 없다고 나와요. 손님들이야 카드 한 장 꺼내기 쉽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잔액 없는 카드까지 만나면 미칠 노릇이라니까요.

▷ 기자: 더치페이가 합리적인 서양문화라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국밥집 사장:

제아무리 서양문화라 해도 상황에 따라서 해야죠.상대방을 전혀 배려 안 하는 게 문화라니 말이 됩니까? 저도 한가한 시간이면 10명 아니라, 30명이 와도 다 해주죠. 그 바쁜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달려와서는 각자 결제한다고 카드만 내밀고, 어영부영하다가 확 빠져 나가버리고. 나중에 거의 뭐 반 이상 도망가버리고 없는데, 그런 게 문화예요? 
▷ 기자: 그래서 고민 끝에 더치페이를 안 받는다고 써 붙이신 거군요?

▶ 국밥집 사장:

네, 그런데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신고 정신은 철저해서, 금융감독원에 카드 회사에, 어떤 때는 청와대까지 신고해요. 카드 안 받는 음식점이 있다고요. 불법이니까 어서 처벌해달라고…. 

▷ 기자: 바쁠 때 더치페이 결제를 못 해준다는 것뿐이지, 카드 결제 자체를 안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 국밥집 사장:

아유, 말도 마세요. 각자 결제 안 해준다고 눈에 뵈는 거 없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냥 뭐 바보같이 가만히 있어야죠. 그러다 보면 암 걸릴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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