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차량 자외선 차단…'짙은 썬팅'이 답 아니다

[취재파일] 차량 자외선 차단…'짙은 썬팅'이 답 아니다
지난 주 자동차 유리와 자외선에 관한 기사를 썼습니다.( ▶ 운전 때 자외선 방심했다간…빨리 늙고 암 생긴다) 차량마다 앞과 옆 유리창의 자외선 차단율이 다르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고, 자외선 차단 효과가 낮은 유리창이라면 차단 코팅을 해야 자외선 노출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 유리창을 통과하는 자외선 A 때문입니다.

뒤늦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봤습니다. 흔히 '무플'보다는 차라리 '악플'이 낫다고들 하지만, 엄청난 악플로 도배가 돼있었습니다. 썬팅이 불법이니 하지 말라더니 썬팅하라는 소리냐, 썬팅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냐, 자외선을 너무 차단하면 비타민 D 합성 안 된다, 의사 취재해서 제대로 써라,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썬팅과 관련된 논란부터 간단히 답하겠습니다. 안경을 쓰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색이 전혀 없는 투명한 안경알도 대부분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합니다. 선글라스의 경우 렌즈 색이 짙다고 해서 자외선이 더 잘 차단되는 것도 아닙니다. 즉 자외선 차단과 가시광선 투과율은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차량에 짙은 썬팅을 하지 않더라도, 자외선을 차단하는 유리로 교체하거나 코팅을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유리와 관련된 국내 규정은 앞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이상 돼야 한다는 것이 유일합니다. 투과율이 70% 이하가 되면 운전할 때, 특히 야간 운전 시 위험하기 때문에 제한하고 있습니다. 썬팅을 할 때 가시광선 투과율은 70%가 넘되, 자외선은 완벽하게 차단되도록 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국내 한 자동차제조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최근 출고 후 썬팅하는 것이 워낙 보편화됐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 기능을 포함해 썬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출고되는 차종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차종에 따라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사를 작성하는 데 기반이 된 미국 논문( ▶보러가기)을 보면, 유명 자동차 업체의 차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은 옆 유리창 자외선 차단율이 44%에 불과했고, 고급 라인은 94%나 됐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고, 차량 관리를 잘하는 분들, 혹은 젊은 층이라면 꼼꼼히 따져 썬팅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모든 자동차 유리가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피부 건강과 관련된 의미 있는 정보일 수 있다고 믿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자외선을 적당히 쬐어야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과거에 이 논란과 관련된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과에 따라서, 또 같은 과에서도 의사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입니다.

물론 피부과 전문의들은 100%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피부과 외 다른 과에서는 비타민 D 문제를 주로 거론하는데, 일부 의사들은 우리나라 정도로 위도가 높은 곳에서는 한여름 외에는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할 수 있을 만큼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아 비타민 D를 보충제 등의 형태로라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의사들은 얼굴에 내리쬐는 자외선은 차단하되 팔, 다리를 드러내서 비타민 D를 체내에서 합성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대다수 의사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자외선이 가장 강한 정오 무렵에 장시간 햇빛에 피부를 노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이 경우 바로 화상을 입고, 피부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이 되지 않는 차량을 타고 한낮에 장시간 운전하는 것은 어떤 의사라고 해도 반대할 만한 행동입니다.

건강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때로는 기자들도 곤혹스러울 정도로 엇갈리는 내용도 많습니다. 과거에 굳게 믿었던 지식들이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해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자들은 기사를 쓰는 당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에 최대한 의존해, 조금이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기사를 쓰면 화장품 업체의 로비를 받은 걸까요. 자외선 차단 코팅을 하는 것이 실제로 중요한데, 로비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두려워 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옳은 것일까요. 신문 기사와 달리 방송 기사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불친절한 것은 맞습니다. 취재파일을 통해서라도 조금 더 친절하게, 오해가 없이 설명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