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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성과관리제는 엉터리…"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리포트+] 성과관리제는 엉터리…"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매년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해 보수와 승진을 등을 결정하는 성과관리제가 엉터리라는 사실은 기업에서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바로 세계적인 경영자문회사 맥킨지앤컴퍼니의 '쿼털리 5월호' 에 담겨 있는 '성과관리의 미래'라는 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열에 아홉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미 실패한 제도라는 겁니다. 

성과연봉제
열심히 일해 좋은 결과를 얻은 직원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는게 맥킨지의 결론입니다. 평가지표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연봉 격차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며, 상대평가로 인한 경쟁 심화로 협업이 잘 안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상대평가를 통해 최하 등급을 받은 직원을 내쫓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저성과자가 일정비율로 계속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근로 의욕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3년 도입 10여년 만에 성과제를 버리게 됩니다. 회사 직원들이 내부 경쟁에만 몰두해 정작 경쟁해야할 구글 등 새로운 경쟁자를 나몰라라 했다는 게 맥킨지의 설명입니다.

GM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사무직원들을 상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습니다. 사무직을 5등급으로 나눠 최하 등급을 받으면 임금을 동결하고 최상위 등급은 20%를 인상했습니다. 회사 측은 개인별 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친분관계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조직 불화가 겹치면서 10년 만에 과거 임금 체계인 호봉제로 돌아갔습니다.

맥킨지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성과에 따른 임금 지급 제도를 포기하고, 직원 간 경쟁보단 협력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과관리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겠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현재 2급 이상 간부에 한해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4급 이상 전체 직원의 7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해 공직 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과 평가 과정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떨어지면 효율 개선과 무관한 '직원 줄세우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1990년대 이후 공공기관에 성과연동임금제를 도입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들에서는 동기부여나 실적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상사의 말을 잘 듣는 직원만 키워낼 뿐이라는 겁니다. 또 공공기관 부실 경영의 책임이 직원에게 있는지 아니면  끊이지 않은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가 더 큰 원인인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공기관은 민간 기업에 비해 성과보다는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특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민간기업의 성과는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로 평가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은 수익만을 추구할 수 없고 공공성 또한 사명입니다. 산간벽지에 전기와 통신 시설을 설치하는 건 수익을 따져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겁니다.

왜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성과제를 폐기하고 있다고 맥킨지가 지적하고 있는지,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 :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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