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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에 나홀로'…섬마을 여간호사도 두렵다

"외딴섬에 나홀로 생활하는 것은 교사나 간호사나 마찬가집니다."

도서지역에는 여교사 외에도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나 치위생사 등 보건진료직 여성 공무원이 있지만 이들 역시 '열악한 관사' 등 여교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전북에는 군산과 부안 등 8개 도서지역에 모두 12명의 보건진료직 공무원이 근무하는데, 연도, 비안도, 무녀도, 신시도 등 4곳의 섬에는 보건진료직 공무원 혼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남에도 거제, 사천, 진해, 통영 등에 19명의 여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14곳의 섬마을에는 여간호사만 관사에 거주합니다.

충남에도 9개 섬마을 보건진료소에 9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데 이 중 8명이 여간호사 혼자 근무합니다.

규모가 큰 섬에는 공중보건의 등 다른 직원들과 함께 폐쇄회로(CC)TV 등 보안시설이 갖춰진 관사에서 생활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여성 혼자서 열악한 환경의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군산시 관계자는 "큰 섬에 있는 지소에는 1층을 진료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2층에 관사가 있는 구조이고, 파출소 등 치안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다만, 작은 섬에 있는 진료소에는 CCTV 등 따로 보안시설이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군산시의 경우 보건진료직으로 채용되면 도서지역에 우선 발령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1년 파견을 원칙으로 하지만 후임 대상자가 없으면 연장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도서지역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배타적인 지역문화 등으로 대부분 보건진료직 공무원들이 도서지역 근무를 꺼리기 때문에 신입 공무원들의 근무 기간은 '1년'을 넘기기 일쑤입니다.

최근에는 남성 간호사 채용이 늘고 있지만, 직업 특성상 여초현상이 심해 대부분이 여성 간호사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단순히 교사 직군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도서지역 여성 근로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전북의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 이후 정부나 자치단체의 대책을 보면 불거져 나온 사건을 '땜질'하는데 급급하다"며 "이 보다는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전체적으로 점검해 인사제도 개선, 사회 시스템을 활용한 치안 대책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상지대 여성학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외딴곳(섬)에서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성폭력의 위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며 "그렇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노력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어 "여교사나 여간호사 관사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의 단기적인 사후대책 마련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섬지역 주민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 폭력에 대한 인식 교육 등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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