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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3백만 원 거절한 스위스 국민?…감춰졌던 내막

* 대담 : SBS 김범주 기자

▷ 한수진/사회자:
 
깐깐경제, 김범주 기자입니다. 어서오세요.
 
▶ SBS 김범주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 SBS 김범주 기자:

스위스에서 전 국민들한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본적으로 매달 3백만 원씩 주자는 국민투표를 했는데 부결됐다, 아마 이 기사들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아주 깊게 짚어보면 좀 그 기사들하곤 다른 부분이 보이거든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우선은 너무 이 3백만 원이란 금액에 시선이 집중 된 거 같은데, 그렇게나 많이 줘?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약간 오해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오해요?

▶ SBS 김범주 기자:

이번 국민투표에 통과가 되면 3백만 원씩 준다, 이렇게 금액을 못 박은 건 아니예요. 일단은 우리는 국민투표 그러면 헌법 고칠 때나 하는 10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선거지만, 스위스는 아니거든요. 국민이 8백만 명인데, 1% 조금 넘는 10만 명만 서명을 하면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가 있는 겁니다. 이번 건도 사실 한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서, 이런 논의를 한 번 전 국가적으로 불붙여보자, 이래서 12만 명이 서명해서 올린 거고요. 여기에는 얼마를 준다, 이런 내용은 없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3백만 원은 어디서 나온 이야긴가요?

▶ SBS 김범주 기자:
 
스위스가 물가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거든요. 간단한 햄버거 세트가 만 3천원, 만 4천 원 하고요. 물론 유럽 한식당이 비싸긴 하지만, 김치찌개 한 그릇에 3만 5천 줘야 됩니다. 그래서 이 시민단체가 계산을 해보니까, 스위스에서 생존하는데 들어가는 기본비용이 월 3백쯤 된다고 본거예요. 그래서 통과가 되면 그 정도는 받아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거고요. 우리라면 그러면 얼마 정도 되냐, 스위스 사람들이 평균 월급이 7백만 원 정도 되거든요. 우리가 250만 원 정도 되니까, 3분의 1이라고 치면, 아주 단순하게 봐서 우리 같으면 월백만 원 주는 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3백만 원은 우리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거 같지만, 스위스에서는 기초 생활비라는 거네요.
 
▶ SBS 김범주 기자:
 
네, 그리고 두 번째 포인트는, 언론들에서 이렇게 접근을 하잖아요. 공짜로 3백만 원씩 퍼준다고 하는데도 포퓰리즘 정책을 거부한 스위스 국민들, 이렇게 말이죠.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은, 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스위스는 이미 복지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돼 있어요. 1년을 회사 다니면서 꼬박 세금 잘 냈다, 그런데 실직을 했다, 그러면 그 두배인 2년 동안 월급 70에서 80% 실직수당으로 받으면서 다음 일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안이 통과가 되면 기존의 복지는 줄이고 기본소득에 다 포함, 이렇게 되는 부분이 있어서 노조라든가 시민단체 중에 반대한 곳들도 많았고요. 또 한 가지는 스위스 경제가 굉장히 잘 돌아갑니다. 전체 실업률이 3.8%, 청년 실업률도 6% 대여서 사실 대부분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지금도 일 해서 돈 버는데 뭘 3백만 원을 줘, 이런 생각들을 해서 찬성이 적었다, 스위스 국내 언론에서도 이렇게 쓰기도 했어요. 더 재미있는건 정치인들 반응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치인들은 왜요?
 
▶ SBS 김범주 기자: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이 기본소득엔 반대였어요. 그런데 영국 BBC에서 보도한게 재밌어요. 인용을 하자면, 스위스에 BBC 기자가 갔는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반대 이유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걸 든 경우는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놀랍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왜 반대를 한 건데요?
 
▶ SBS 김범주 기자:
 
당장 통과되면 돈을 마련해야 되는 정부는 돈 이야기를 했어요. 이거 통과되면 2백조 원이 필요한데, 부담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건 정부고요. 정당들은 돈 이야기는 안했다는 거죠. 오히려 보수 성향 의원들은 어차피 복지비용 많이 들어가는데, 그거 모아서 나눠주면 하려면 할 수 있다, 스위스가 그렇게 돈이 없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왜 반대였냐, 그런 제도가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느냐, 기본소득을 다 주면 국민들의 일할 의욕을 떨어트리고 개인의 책임감을 떨어트리지 않겠느냐, 이런 철학적인 이야기로 국민들을 설득하더라는 게 BBC 보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좀 상황이 다르긴 했네요.

▶ SBS 김범주 기자:
 
그런 점에서 이번 국민투표를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는 게요. OECD가 최근에 회원국들의 삶의 질을 평가해서 순위를 매겼어요. 전부 38개 나라였는데, 스위스가 여기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노르웨이, 호주, 덴마크만 스위스보다 위였어요. 경제적으로도 1인당 GDP가 1억 원이 넘어서 세계 1위인 나랍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세계 4위인 삶의 질을 더 높여보겠다고 복지제도에 또 손을 대는 실험을 해보려고 한 게 이번 국민투표였다는 거죠. 이 국민투표를 하자고 한 시민단체 주장이 재밌는데요. 스위스 국민들한테 물어보면, 삶의 질이 전보다 떨어져서 힘들어 한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세계 4위 국가 국민들이요.
 
▶ SBS 김범주 기자:

네, 삶에 쫓겨서 전보다 많이 지쳐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가,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서 적성에 안 맞는 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느라고 고생인데, 만약에 기초 생활에 필요한 돈을 모두에게 준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지 않겠냐, 그리고 사람들이 이렇게 불안정하면 인기에 영합하는 과격한 정치단체가 나오고,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게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번 국민투표에서 어차피 부결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이런 우리들의 주장에 대해서 다 같이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국민투표에 붙였는데, 23%나 찬성을 해줘서 고무됐다, 20년, 30년 뒤를 보고 계속 추진하겠다고 이야길 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굉장히 멀리 보고 추진하네요.

▶ SBS 김범주 기자:
 
그런데 여기서 아까 OECD 삶의 질 순위로 돌아가면요. 우리나라는 몇 등쯤 할까요?

▷ 한수진/사회자:

글쎄요.

▶ SBS 김범주 기자:
 
38개 나라 중에 28위로 최하위권 이었어요. 공기질은 꼴찌, 38위고요, 요새 왜 묻지마 범죄도 많은데, 사람들 간에 유대감, 사회의 건강함을 뜻하는 공동체 안전은 37위. 일 하는 시간과 개인 삶의 균형은 36위 이렇습니다. 그런데 세계 4위도 더 행복하게 잘 살아보겠다고 옳든 그르든 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국민들 의사를 물어보고, 정당들은 철학을 갖고 또 논의를 하는데, 세계 28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어떤 논의와 대화가 이뤄지고 있나 생각해보면, 없죠. 스위스 국민보다 우리 국민들이 더 지치고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스위스 국민투표는, 해외토픽 수준의 기사가 아니라,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깐깐경제, SBS 김범주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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