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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틸리케호를 바꾼 '대체자들'

[취재파일] 슈틸리케호를 바꾼 '대체자들'
야심차게 유럽 원정에 나섰던 슈틸리케호가 체코를 2대 1로 꺾고 스페인전 참패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켰습니다. 첫 골을 넣은 윤빛가람과 결승골을 뽑은 석현준, 또 막판 연이은 선방을 펼친 정성룡까지 스페인전 선발에서 제외됐던 대체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 ‘환상의 짝꿍’ 석현준과 윤빛가람

슈티릴케호의 분위기를 바꾼 건 석현준의 힘과 윤빛가람의 정교함이었습니다. 석현준은 작심한 듯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초반부터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반칙에도 굴하지 않고, 힘과 스피드로 압도하며 최전방을 휘저었습니다.

전반 26분 프리킥 첫 골은 석현준의 돌파에서 시작됐습니다. 석현준이 오른쪽으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며 페널티박스 앞쪽에서 반칙을 얻어냈고, 윤빛가람이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차 넣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페널티박스 오른쪽 지점의 프리킥은 왼발잡이들이 맡지만, 윤빛가람은 오른발로 감아 찼습니다. 그것도 준비 동작 거의 없이 기습적으로 감아 차 세계적인 골키퍼 체흐의 허를 찔렀습니다.

● 슈틸리케호에 ‘빛‘이 된 윤빛가람

윤빛가람은 어릴 적부터 ‘천재 미드필더’로 각종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몸싸움에 소극적이고, 수비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성인 대표팀에서는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지난 2012년 9월 11일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태극 마크를 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윤빛가람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이 시즌 막판 발가락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옌벤에서 뛰던 윤빛가람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끝에 대표팀에 ‘빛’을 새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윤빛가람은 감독의 부름에 보답하며 극적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윤빛가람이 골을 넣은 건 2011년 1월 아시안컵 이란과 8강전 이후 무려 5년 4개월 만입니다.
프리킥 성공시키는 윤빛가람 (사진=연합뉴스)
윤빛가람의 경기 후 인터뷰입니다.
 
(문) 프리킥을 찼을 때 느낌이 어땠나?
사실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봤을 때는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었고, 차기 전에는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아서 들어간 것 같습니다.

(문)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오랜만에 기회가 찾아 온거라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던 것 같고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 전체가 오늘 경기에서는 의욕이 좋았기 때문에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문) 후반 교체됐을 때 서운하지 않았나?
경기력 자체가 저 스스로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경기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야 될 부분인 것 같고 감독님께서 분명히 어떤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빼셨을거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 어떤 점이 부족했다고 보나?
볼 처리가 좀 개인적으로 많이 늦었던 것 같고요, 조금 더 자신있게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라든지, 좀 더 앞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많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 현재 중국 리그에서 뛰는데 유럽 선수들 상대해 보니 어떤 차이가 있나?
힘이 제일 많이 차이가 있었던 것 같고요, 힘도 힘이지만 또 압박하면서 상대방이 압박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기 때문에 그거에 좀, 다음에 혹시나 오게 되면 대처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타깃 NO! 전천후 YES! 석현준의 재발견

이번 체코전은 그야말로 ‘석현준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석현준은 190cm의 큰 키를 앞세운 제공권과 강력한 슈팅 능력을 앞세운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체코전에서는 여기에 투지를 더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야생마처럼 지칠 줄 모르고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체코 수비진을 휘저었습니다. 공격할 때는 석현준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이 있는 곳엔 석현준이 있었습니다.

전반 40분 윤빛가람이 빈 공간으로 공을 내주자 어김없이 석현준이 치고 나왔고, 강력한 슈팅으로 체흐 골키퍼를 무너뜨렸습니다. 이후에도 석현준은 공격뿐 아니라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슈틸리케호의 치열한 ‘원톱’경쟁에서 확실히 석현준은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두번째 골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석현준 (사진=연합뉴스)
석현준의 경기 후 인터뷰입니다.

(문) 골을 넣고 승리한 소감은?
골 넣는 것은 언제나 항상 기분이 좋고요, 팀이 이길 때는 제 골로만 이길 수 없어요, 절대. 그래서 다 같이 열심히 뛰고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문) 스페인전 패배 후 어떻게 극복했나?
저희가 스페인전 이후로 많이 분위기가 다운돼 있었지만 그래도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다 같이 이기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최종 예선 때도 마찬가지로 이 분위기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어떤가?
대표팀이나 프로팀이나 항상 주전은 확정된 주전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 경기 앞으로 계속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 경기 한 경기 주전으로 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살아있네!“ 정성룡의 부활

막판 체코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우리 수비진의 투혼도 빛났지만, 무엇보다 정성룡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환호할 수 없었을 겁니다.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서 4골을 허용한 이후 대표팀에서 입지가 좁아졌던 정성룡은 8개월 만에 골문을 지키며 펄펄 날았습니다. 김진현 골키퍼가 스페인전 참패로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정성룡은 다시 한 번 국가대표 에이스 수문장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정성룡의 경기 후 소감입니다.

(문) 승리 소감은?
원정에서 정말 쉽지 않았고 그리고 또 지난 경기에서 저희가 많이 아쉬웠었는데 또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준비하면서 서로 서로 다시 한 번 태극 마크, 그런 걸 가지는 그런 마음가짐이 선수들 다같이 준비하는데 있어서 유효했던 것 같아요.

(문) 상대 골키퍼가 체흐라서 부담이 컸을 텐데.
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체흐 선수에게 승리했다기보다는 같이 뛰면서 정말 또 플레이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끝나고 체흐 선수와 유니폼 교환을 하면서 정말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문) 후반에 정말 위기가 많았는데, 어떤 각오?
그럴 때일수록 저희가 골을 더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더 역전을 더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일단은 뒤에서 말을 하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선수들이랑 정신적으로 잘 준비했던 부분이 끝까지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문) 스페인전에서 김진현 골키퍼가 6골을 먹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
김진현 선수도 정말 최선을 다해줬고 뒤에 있으면서 많이 응원을 많이 했었는데 그 경기에 대해서는 제가 또 말할 부분보다도 보는 것 만으로도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체코전을 뛸지 안 뛸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일단은 준비를 최대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전 악몽을 딛고 자신감을 끌어 올린 축구 대표팀은 오는 9월 시작되는 월드컵 최종 예선을 앞두고 다시 소집됩니다. 이번 열흘 간의 유럽 원정은 앞으로 슈틸리케호가 가는 길에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 월드컵 대표팀, 체코에 2대1 승리…자신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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