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한·미·일 vs 중국의 '사드' 신경전…"쓰임 많은 사드"

[취재파일] 한·미·일 vs 중국의 '사드' 신경전…"쓰임 많은 사드"
잠자고 있던 미국의 고고도 요격체계 사드(THAAD)가 깨어났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 회의를 계기로 관련국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사드를 이야기했습니다.

아시아 안보 회의는 남중국해 분쟁과 북핵 같은 지역 안보 현안을 다루는 다자간 회의입니다. 사드는 의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먼저 사드를 거론하며 밑불을 놓더니 일본이 "내년 대구 배치"라며 몇 발 더 깊숙하게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끼어들기 싫어 주저하다가 중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직전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유용하다"고 한마디 했습니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깔아놓은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은 모양새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다투면서 사드를 지렛대로 삼는 낌새가 역력합니다. 한미가 지난 2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가능성을 논의한다는 발표를 하며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를 압박하더니 이번에도 사드는 대북 방어 무기가 아니라 외교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 아시아 안보 회의와 사드, 잘못된 만남

먼저 미국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아시아 안보 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사드 포문을 열었습니다. "사드는 한미 동맹이 결정할 것이고 논의가 지금 진행 중인데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국 국방장관을 만나 논의할 수 있다." "한반도 배치를 곧 공식 발표할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화들짝 놀라 진화하기 바빴습니다. 그제(3일) 오전 7시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 간에 (사드) 논의 계획은 없다"며 카터 장관의 발언을 부인했습니다.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는 현재 한미 공동실무단에서 협의를 하고 있으니 원칙적으로 양국 장관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우리 국방부의 설명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의 JNN은 "미국은 내년 중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고, 배치 장소는 대구로 정해졌다"며 "주한미군은 120명 규모의 레이더 운용 부대를 편성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협상 세부 내용이라며 "한국측은 사드를 수도권에 두기를 바랐지만 미국측이 부산 방어를 포함한 전략적 이유로 대구를 밀어붙여 그렇게 합의됐다"고도 전했습니다.

어제 아시아 안보 회의가 개막되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역시 사드는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한미 공동실무단이 협의를 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중 군사 대담을 앞두고 한민구 국방장관이 작심한듯 사드를 말했습니다. "한국군과 미군이 보유한 요격 능력은 종말단계의 하층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슬슬 싸움을 건데다 한 장관도 말문을 열었으니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겠지요.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 부참모장은 한 장관과의 양자 대담에서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쑨 부참모장이 더 심한 불만을 토로했을 것 같은데 국방부는 쑨 부참모장의 발언을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 장관은 쑨 부참모장에게 "중국이 사드를 과대평가해서 본다"며 "사드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로, 필요하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대응했습니다.

군인 출신의 한 정치학자는 "남중국해 분쟁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미국과 일본이 사드를 매개로 우리나라를 중국과의 싸움판으로 내몰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방부는 등 떠밀려 중국과 사드를 논해 괜히 중국을 자극하는 악역을 맡았고 사드는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중국 압박 카드로 사용된 셈입니다.
● 번번이 용도가 애매한 사드

사드는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요격 시스템입니다. 북한 미사일 중에는 노동과 스커드가 사드의 요격 대상입니다. 그런데 한미는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사드 카드를 꺼냈습니다. 사드는 장거리 미사일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탄두의 낙하속도가 워낙 빨라서 사드는 요격을 못합니다.

그래서 국방부 핵심 관계자도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을 잇달아 발사할 때 사드 카드를 꺼냈다면 국내외의 반발이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2~3월의 사드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미온적이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는 격렬 반대하는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톡톡히 역할을 했습니다.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의 사드도 외교 수단입니다. 이번 사드는 미중일의 남중국해 분쟁에까지 미쳤으니 2~3월 사드보다 훨씬 오지랖이 넓습니다.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시기는 사드가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 수단으로서 쓰임을 다한 뒤일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