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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징후?'…때 이른 무더위에 벌레떼 도심 '습격'

'기상이변 징후?'…때 이른 무더위에 벌레떼 도심 '습격'
▲ 야구장 조명 아래 모여있는 나방떼. (연합=자료사진)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는 '기상이변'에 곤충이 대거 출몰, 도심 곳곳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호수를 끼고 있는 강원 춘천시는 요즘 나방떼 습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산간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2∼3㎝ 크기의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떼를 지어 도심 곳곳에서 나타나면서,'나방과의 전쟁'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원도 산림개발연구원 장석준 녹지연구사는 "통상 10∼15일 정도면 이 나방이 번식 기간이 끝나는 만큼 다음 주께 상당수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수백만 마리가 몰려드는 장면은 해외 토픽으로만 보는 흔치 않은 모습이지만, 춘천은 연일 나방떼가 가득합니다.

나방은 밤에 활동하는 탓에 낮에는 해가 들지 않는 곳에 새까맣게 모여있다가, 밤이 되면 각 가로등 조명 아래 몰려듭니다.

특히 야간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조명은 나방들의 집단 놀이터로 변해, 상상을 초월하는 개체가 조명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입니다.

밤새 불을 켜놓는 편의점이나 식당에서는 아예 문을 열지 못하는데 임시 '처방'으로 방제약을 뿌려보지만 농약 성분이 섞인 탓에 인적이 드문 아침 시간대만 작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야간 경기장 조명 주변에 먹구름이 몰리듯 나방이 날아들면서 경기장을 관리하는 춘천시도시공사가 2일로 예정됐던 사회인 야구대회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동호회원인 박모(39) 씨는 "경기를 하면서 입으로 나방이 들어가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많아도 너무 많아 경기를 도저히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영동지역 과수원에는 갈색여치가 예년보다 많이 출현하면서 복숭아와 포도 새순 등을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모(45·심천면 각계리) 씨는 "심할 경우 복숭아나무 1그루에 10여 마리가 달라붙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심지어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씌워놓은 봉지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색여치는 우리나라 중·북부지역 산림 등에 서식하는 토종 곤충으로, 봄철 야산 등지에서 부화해 농경지로 이동하는데, 생육하기 적합한 기후 여건에 개체 수가 급속히 불어난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북 예천에서는 평년보다 1달가량 일찍 부화한 메뚜기떼가 논에 있는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고, 경기지역은 올해 들어 외래해충(매미충)인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꽃매미는 지난 2006년 안성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올해 들어 연천, 파주, 가평 등에서 늘었고, 원산지가 북미대륙인 미국 선녀벌레는 경기도 11개 시·군 25ha 이상에서 발생해 인삼, 포도 등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갈색날개매미충은 8개 시·군 5ha 이상에서 발생, 블루베리 등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고랭지 밭이 많은 평창 대관령과 정선에는 진딧물이 예년보다 일찍 발생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곤충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간 영향으로 일부 곤충이 일찍 발생한 건 맞지만, 대발생은 고온 현상과 잦은 비 등 전반적인 생육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농업기술원 측은 화학 약제의 주기적인 살포를 통해 총채벌레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농약 성분이 포함된 탓에 무분별한 방역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박규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곤충학 박사(강원대 명예교수)는 "최근 기후가 따뜻해져 곤충이 외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되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곤충의 대발생으로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지 전문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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