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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떠난 '소금꽃' 공무원의 마지막 길



"오빠 가지마. 가지 말아요."

두 팔로 뱃속의 태아를 부여잡은 고(故) 양대진(38) 주무관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떠나는 남편의 마지막 길을 비극이 일어났던 그 날 밤처럼 몇 발짝 뒤에서 따라 걸었습니다.

든든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였던 고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입맞춤을 국화 송이가 놓인 관 위에 바쳤습니다.

아파트 20층에서 투신한 공무원시험 준비생과 부딪히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양 주무관의 발인식이 3일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 오열 속에서 엄수됐습니다.

다섯 살배기 아들은 영문을 모르는지 생긋 웃는 얼굴로 가족의 품에 안겨 운구 행렬을 뒤따랐습니다.

성실하고 듬직한 동료를 잃은 유근기 곡성군수와 동료 공무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슬픔을 억눌렀습니다.

아빠, 남편, 아들, 형제, 친구를 잃은 이들보다 더 크게 아파할 수 없다는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유월의 눈 부신 햇살을 받으며 마지막 여정을 마친 주무관은 만삭의 아내와 한창 자라는 아들을 남겨둔 채 한 줌의 재로 돌아갔습니다.

허망한 죽음으로 맺어진 인연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는지, 양 주무관이 잠든 광주 영락공원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공시생의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그들 또한 아들과 형제를 잃었지만, 죄인이 돼버린 공시생의 유족은 이날 오후 다시 한 번 양 주무관의 가족을 찾아가 용서를 구할 계획입니다.

청천벽력이라는 말로도 설명 못 할 비극은 지난달 31일 밤 일어났습니다.

양 주무관이 사는 광주 북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신변을 비관한 공시생이 건물 바깥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양 주무관의 머리 위로 공시생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참극은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갔던 아내, 아들의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공시생은 현장에서, 양 주무관은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발인을 지켜본 양 주무관의 동료는 "그 길로 매일 다녀야 할 텐데 어떻게 견뎌낼지 남겨진 가족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인의 아내와 아들은 당분간 가족과 함께 지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곡성을 알리기 위해 폭염이 내리쬐는 축제장을 땀 흘리며 뛰어다녔던 양 주무관.

그의 등 위에 하얗게 피어났던 '소금꽃'은 고인이 남기고 간 마지막 기억입니다다.

(SBS 뉴미디어부/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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